(2021.9.이전) 자유게시판 1598

셰익스피어 감상(113) '나라를 통치하는 군주는'

글쓴이 kilshi 2006-12-27 10:46:56, 조회 : 1,036 사람이 생활하는 방법이나 모습은 세월이 흘러가면서 달라지지만, 인간이 인간이기 때문에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나 지켜야 할 도리(道理)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다. 그래서 고전(古典)은,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동서(東西)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읽히고, 인간답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입에 회자(膾炙)되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누가 언제 읽어도 감동을 주기 때문에 지금도 애독되고 있고, 그래서 그는 시공(時空)을 초월한 대 문호(文豪)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우리 군주가 작금에 해 대는 행태는 참으로 한심하기가 이를 데 없다. 그런 그를 군주로 뽑아놓은 우리 국민의 무지와 즉흥적인 사행심이 만들어낸 결과이니 어쩌랴! 나..

'12월 저녁의 노래' -문 정 희-

글쓴이 kilshi 2006-12-24 19:42:55, 조회 : 1,370 2006년의 카운트다운이 정확히 7을 남기고 있다. 주말에다 크리스마스의 이브가 겹쳐서인가 거리는 더욱 한산하다. 매년 이맘 때면 느긋하고 흐믓하고 푸근한 느낌보다는, 답답하고 쓸쓸하고 초조해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루과이의 마토스 로드리게스가 작곡했다는 라쿰파르시타의 경쾌한 멜로디가 흐른다. 아르헨티나의 속어(俗語)로 가장행렬(假裝行列)의 의미라는데, 문득 방랑자의 우수 같은 허무가 느껴오는 것은 또 무슨 까닭인가? 12월도 막바지에 접어든 저녁에 ‘셰익스피어~’에서 보내준 시(詩) ‘12월 저녁의 노래’를 읽는다. 가슴 속에서 마른 콩대궁처럼 바삭바삭 소리가 난다. 12월 저녁의 노래 문 정 희 12월 저녁에는 마른 콩대..

2006 노벨 문학상 수상자 ‘오르한 파묵’의 소설 ‘눈(Snow)'에서(마지막)

글쓴이 kilshi 2006-12-21 11:45:34, 조회 : 1,151 나는 어젯밤 한 시가 넘도록 책을 붙잡고 있었다. ‘눈(Snow)'이 어떻게 결말을 맺는가가 궁금하였다. 작자는 소설을 전개시키면서 많은 문제들을 제기하여 이끌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이것들이 끝에 어떻게 마무리되는가가 궁금했다. 모순투성이의 인간과 신의 관계, 중년 남녀의 자기중심적인 사랑, 가난한 전통주의와 부르주아, 동,서양의 갈등, 이슬람교리에 충실하려는 학생들과 서구의 현실주의에 입각한 교칙, 종교인과 무신론자, 이슬람근본주의자와 세속주의자, ……. 그런데 솔직히 결말이 좀 실망스러웠다. 작가는 ‘눈(Snow)’의 역할이나 의미를 어떻게 부여하고 있을까? 나는 제목 ‘눈(Snow)’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런 문제들을 ..

2006 노벨 문학상 수상자 ‘오르한 파묵’의 소설 ‘눈(Snow)'에서(12)

글쓴이 kilshi 2006-12-20 10:21:18, 조회 : 1,202 ‘카’는 구타를 당하면서도 분해하거나 싫어하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 있는 행복의 개념에 의하면,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의 총량은 같았다. 따라서 지금 당하고 있는 구타는, 곧 이펙(그가 지금 좋아하고 있고, 앞으로 함께 살아가기를 바라는 아름다운 여자)과 프랑크푸르트에 갈 수 있게 되리라는 의미였기 때문이었다. 우리의 인생이란 항상 좋은 일만 계속될 수 없으며 그렇다고 나쁜 일만 계속되지도 않는다.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이 그것을 잘 나타내고 있다. 어려운 일이 닥치면 그것을 헤쳐 나가려고 노력을 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그것이 해결되거나 또 그것이 바탕이 되어 기쁜 일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나..

2006 노벨 문학상 수상자 ‘오르한 파묵’의 소설 ‘눈(Snow)'에서(11)

글쓴이 kilshi 2006-12-19 11:48:56, 조회 : 1,209 아래 문장들은, 내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몇 번씩 거듭해서 읽어보았던 것입니다. 같은 문장을 읽으며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모두 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떤 때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다른 해석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이것을 읽으며 어떤 생각이나 느낌을 갖게 될까요? 우리가 신에게 의존하는 것은 서양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지독하게 가난하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는 다만,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와 저세상에서의 삶이 궁금할 뿐이다. 카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그렇게 짧게 끝내버린 이유를, 과분한 행복을 견딜 수가 없어서였다고 생각할 것이었다. 아버지 어머니가 언젠가 죽을 거라는..

앨빈 토플러

글쓴이 kilshi 2006-12-16 17:45:46, 조회 : 1,493 오늘 조선일보 Weekly BIZ에 ‘앨빈 토플러’의 인터뷰 기사가 실려 있었다. 늘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 대단함의 근원은 이것이 아닐까 생각하였다. -행복한 결혼 생활의 비결은? “정직함, 서로에 대한 완벽한 오픈 마인드, 절대 거짓말하지 않는 것, 사회에 대한 깊은 관심, 가족에 대한 헌신…….” -당신의 통찰력은 어디서 나옵니까? “우리(아내와 나)는 전문화의 굴레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각기 다른 분야의 학문에서 많은 아이디어와 정보를 모아 통합하여 하나의, 전체적인 아이디어로 만들었습니다. 공장에서 백악관, 비즈니스 매거진, 대기업 컨설팅 전문가……. 모든 종류의 일들이 상당히 특이한 행보였지요. 이 ..

2006 노벨 문학상 수상자 ‘오르한 파묵’의 소설 ‘눈(Snow)'에서(10)

글쓴이 kilshi 2006-12-16 11:19:55, 조회 : 1,322 이 소설의 주인공 ‘카’는 조국(터키)에서 망명하듯이 독일에 와 사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가난한 시인입니다. 그래도 많은 터키 국민과 독자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사람(남자)입니다. 그가 죽은 뒤에 알려진 것은 가난한 영혼들이 상상하였던 것처럼 ‘가난하였으나 고고하게 살다가 깨끗하게 떠나간 것’이 아니라, 그냥 필부(匹夫)였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인간(남자)의 밑바닥이란 것이 이런 것일까요? 이견(異見)이 있는 사람은 답글에 올려 주기 바랍니다. 내 친구(카)가 생의 마지막 4년 동안 이러한 종류의 테이프나 보며 지냈다는 것이 알려진다면, 그에게서 완벽하고 성자 같은 시인의 모습을 기대했던 가난한 영혼들은 배반감에 분노하리..

2006 노벨 문학상 수상자 ‘오르한 파묵’의 소설 ‘눈(Snow)'에서(9)

글쓴이 kilshi 2006-12-15 10:12:37, 조회 : 1,158 ‘눈(Snow) 2'를 펴 놓은 지가 벌써 꽤 여러 날이 지났는데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다. 빨리 끝을 내야 마음도 개운하고,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데……. 발목 잡혀 우물대고 있는 꼴이다. 작가가 쓰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겠는데, 표현이 그렇게 썩 마음을 울려주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번역문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걸 보면서, 남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이나, 내 마음에 느껴오는 것을 그대로 적절하게 표현하는 일이 모두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새삼 듭니다. 타인의 고통과 사랑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가능할까? 자신보다 더 깊은 고통, 결핍, 압박 속에서 사는 사람들을 우린 얼마만큼 이해할 수 있을까? 이해한다는 것이..

'희망은 날개 달린 것' -Emily Dickinson-

글쓴이 kilshi 2006-12-13 22:46:03, 조회 : 2,284 우리집 거실에서 바로 내려다 보이는 곳에, 지금 고급 빌라 건축 공사가 한창입니다. 이 추운 겨울날, 새벽 어둠이 가시기도 전부터 해가 넘어가 어두워질 때까지 안전모와 방한복으로 감싼 둔한 모습의 사람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며 일을 합니다. 저렇게, 보기에도 힘들어 보이는 일을 묵묵히 해 내게 하는 동력은, 살아간다는 희망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 일도 없이 따뜻한 방에 앉아 바라보고 있는 나보다, 삶에 대한 애착과 내일에 대한 희망의 날개가 더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Hope Is The Thing with Feathers (Emily Dickinson) Hope is the thing with feathers That per..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정 호 승-

글쓴이 kilshi 2006-12-09 12:06:04, 조회 : 1,103 하늘은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것 같이 잔뜩 찌푸린 주말의 한 낮입니다. 내려다보이는 단지 내 길거리에는 차들도 사람들도 뜸한 차분히 가라앉은 주말입니다. 스피커에서는 모차르트의 Clarinet Concerto가 흐릅니다. 아무 이유도 없이 쓸쓸함이 밀려옵니다. 파일을 정리하다보니 전에 ‘셰익스피어와 함께하는 세상’에서 보내준 시(詩)가 있었습니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차라리 눈이라도 펑펑 쏟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커피라도 마시며 시 감상이나 해봅시다.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정 호 승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 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