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길시 시집 81

39. 혼자 밥을 비비며

39. 혼자 밥을 비비며 시간이 다 돼가는데아무렇지도 않게혼자 앉아 밥을 비빈다 스스로 치열하게 살았다면서도돌아보면자국 하나 남아있지 않고 속에선콩죽이 끓는데입다물고 얌전히 앉아아무 일 없는 듯 그리움은 저 홀로달아났다가는어느 틈에 돌아와 밥 알에 섞이고 뒤섞이는 밥 알 위로떨어져 내리는 뜻 모를 이건청승 때문인가  하루 이틀 사흘이 가도무엇 하나 어쩌지 못해 한심해도숟가락 놓지 못하고 혼자그저 밥을 비빈다

36. 제1회 ‘어르신 재치와 유머’ 투고 -한국시인협회-

백발(白髮) 달거리 이발 가는 길헝클어지는 파뿌리건사하기 귀찮은데밀어버릴까마주 오던 꼬마 배꼽에 손 모으더니 ‘안녕하세요?’ ‘너 참 착하구나!’ ‘할아버지, 하얀 머리 멋져요.’   하는 일 황혼의 적막을 깬다핸드폰 노랫소리보나마나하나 있는 국민학교 불알친구 ‘뭐하고 있어?’ ‘숨쉬기 운동’  이제는 흥얼흥얼 ‘목숨보다 더 귀한 사랑이건…’아니 아니지이제는사랑보다 더 귀한 건돋보기보청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