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세상
33. 세상 옛날은 중도 제 머리 못 갂던 세상 상투 튼 머리들이 굴러다니며 남의 땅 따먹기하던 그 세상 오늘은 나도 로켓에 걸터앉아 내손으로 내머리를 깎는 세상 혼자 내앞 가리는 이 세상 다음 저 세상은 ☆. 엊그제 엘자베스2세 여왕이 돌아가셨단다. 그 하늘같고 태양같고 영원할 것만 같던 큰 고목이 쓰러졌다는데 찔리는 가시 하나조차 없다. 새벽에 문밖을 나서니 집 앞 언덕의 후박나무잎 하나가 떨어져 구석에 박혀 있었다. 지난밤 바람도 없었고, 가을이 채 문턱을 넘어오지 않았는데 무슨 죄로 제명을 다하지도 못하고 비참히 처박혔을까? 시퍼런 커다란 잎이 가슴 위에 덮여와 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