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길시 시집 81

19. 강릉 이모우션(Emotion) 2

19. 강릉 이모우션(Emotion) 2 한저욹 야밤중에 매러운 오짐 참고 참다 해던나 퍼데기 쓰고 뜨럭 끝에 나서서 대뜨방 든내놓으니 호렝이 온대도 시원해 뒷집 밤나무 아래 밤아레기 개락이래 장배기에 밤꼬셍이 떨어질까 겁이나도 이떠금 주우러 가믄 땡삐들이 왱왱거려 소꼴기 옥씨끼 줄게 노더거 가라 했거늘 에떠 온단 말도 않고 꽁지빠져라 내빼더니 발고락 자불뜨렸다니 고것 참 싸구지다 까오치에 문데비에 보리마뎅이 에릅잖소 땀나지 않게 시나미 쉬미쉬미 할래도 잔등에 해 걸렸으니 우떠하면 좋소야 세월은 흐르고 흘러 꿈속 세상 되어가고 나라는 부재되어 사는 헹펜 펬다지만 옛정서 흔적꺼정 없어져 옛추억이 애리잖소

33. 세상

33. 세상 옛날은 중도 제 머리 못 갂던 세상 상투 튼 머리들이 굴러다니며 남의 땅 따먹기하던 그 세상 오늘은 나도 로켓에 걸터앉아 내손으로 내머리를 깎는 세상 혼자 내앞 가리는 이 세상 다음 저 세상은 ☆. 엊그제 엘자베스2세 여왕이 돌아가셨단다. 그 하늘같고 태양같고 영원할 것만 같던 큰 고목이 쓰러졌다는데 찔리는 가시 하나조차 없다. 새벽에 문밖을 나서니 집 앞 언덕의 후박나무잎 하나가 떨어져 구석에 박혀 있었다. 지난밤 바람도 없었고, 가을이 채 문턱을 넘어오지 않았는데 무슨 죄로 제명을 다하지도 못하고 비참히 처박혔을까? 시퍼런 커다란 잎이 가슴 위에 덮여와 시렸다.

32. 맘에게

32. 맘에게 맘아! 짧지도 않은 한평생을 뒤엉켜 살아왔으면서 솔직히 너란 존재 의식도 없이 그저 그림자 쫓듯 고분고분 따랐었지 영원할 것 같던 길이 시나브로 거미가 먹물 번지듯 하기에 어렴풋이 종점이 멀잖다는 걸 거니채어 비로소 나를 들여다보게 되었지 살아온 영욕의 흔적을 애써 무심한 척 하릴없이 흘러가고 있는 이 실체가 오부뎅이 네 공과(功過)였음을 깨닫고 왜 일찍부터 하량하지 못했을까. 시공 초월하여 구름처럼 나타났다 무소불위로 뒤엉켰다 바람처럼 사라지며 구메구메 꾀듯 협박하듯 몰아가는 네게 자석에 끌리듯 순종하기만 했었지 두드리는 북소리를 따라 춤을 추었고 가리키는 천 길 물속으로 들어가 바동바동 어느 날은 부지깽이 끝이었고 어느 날은 풍선이었지 이제 조물주는 온데간데 없는데 작품만 덩그러니 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