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세상
옛날은
중도 제 머리 못 갂던 세상
상투 튼 머리들이 굴러다니며
남의 땅 따먹기하던
그 세상
오늘은
나도 로켓에 걸터앉아
내손으로 내머리를 깎는 세상
혼자 내앞 가리는
이 세상
다음
저 세상은
☆. 엊그제 엘자베스2세 여왕이 돌아가셨단다. 그 하늘같고 태양같고 영원할 것만 같던 큰 고목이 쓰러졌다는데 찔리는 가시 하나조차 없다.
새벽에 문밖을 나서니 집 앞 언덕의 후박나무잎 하나가 떨어져 구석에 박혀 있었다. 지난밤 바람도 없었고, 가을이 채 문턱을 넘어오지 않았는데 무슨 죄로 제명을 다하지도 못하고 비참히 처박혔을까? 시퍼런 커다란 잎이 가슴 위에 덮여와 시렸다.
'최길시 시집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35. 바람 (0) | 2023.03.05 |
---|---|
34. 산수(傘壽) (0) | 2023.02.26 |
32. 맘에게 (0) | 2022.08.30 |
31. 희망사항 (0) | 2022.07.17 |
30. 기다리는 심정 (0) | 2022.0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