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길시 시집/시(詩)

33. 세상

최길시 2022. 9. 10. 10:12

33. 세상

 

옛날은

중도 제 머리 못 갂던 세상

상투 튼 머리들이 굴러다니며

남의 땅 따먹기하던

그 세상

 

오늘은

나도 로켓에 걸터앉아

내손으로 내머리를 깎는 세상

혼자 내앞 가리는

이 세상

 

다음

저 세상은

 

 

 

 

 

 

 

. 엊그제 엘자베스2세 여왕이 돌아가셨단다. 그 하늘같고 태양같고 영원할 것만 같던 큰 고목이 쓰러졌다는데 찔리는 가시 하나조차 없다.

     새벽에 문밖을 나서니 집 앞 언덕의 후박나무잎 하나가 떨어져 구석에 박혀 있었다. 지난밤 바람도 없었고, 가을이 채 문턱을 넘어오지 않았는데 무슨 죄로 제명을 다하지도 못하고 비참히 처박혔을까? 시퍼런 커다란 잎이 가슴 위에 덮여와 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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