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길시 시집/시(詩)

32. 맘에게

최길시 2022. 8. 30. 09:13

32. 맘에게

 

맘아!

 

짧지도 않은 한평생을

뒤엉켜 살아왔으면서

솔직히

너란 존재 의식도 없이 그저

그림자 쫓듯 고분고분 따랐었지

 

영원할 것 같던 길이

시나브로 거미가 먹물 번지듯 하기에

어렴풋이

종점이 멀잖다는 걸 거니채어

비로소 나를 들여다보게 되었지

 

살아온 영욕의 흔적을 애써 무심한 척

하릴없이 흘러가고 있는 이 실체가

오부뎅이

네 공과(功過)였음을 깨닫고

왜 일찍부터 하량하지 못했을까.

 

시공 초월하여 구름처럼 나타났다

무소불위로 뒤엉켰다 바람처럼 사라지며

구메구메

꾀듯 협박하듯 몰아가는 네게

자석에 끌리듯 순종하기만 했었지

 

두드리는 북소리를 따라 춤을 추었고

가리키는 천 길 물속으로 들어가

바동바동

어느 날은 부지깽이 끝이었고

어느 날은 풍선이었지

 

이제 조물주는 온데간데 없는데

작품만 덩그러니 남아

아아

너의 내밀한 심산이었나

타고난 팔자였나

 

너의 그 왕성하고 빛나던 출몰이

노그라졌나 녹슬었나

바라건대

이제는 짚불에 입김 불지 마라

잿가루만 날릴 뿐이니까

 

긴 여정 동행하며

악착같이 이끌어온 노고를

고작

이제서야 알아차려

겸연쩍고 염치없다만

 

스쳐간 실바람

잦아든 밥물인데

행여

꿈에라도 다시 만나랴

만난들 알아보기나 할까

 

고마웠고 애썼다

내 맘아!

 

 

 

 

. 우크라이나!

     끊임없이 일어나는 돌개바람 속에서도 꺼지지 않고 나불거리는 촛불 같던 이 시대에 어찌하여 날벼락을 맞는 비참한 대

     명사가 되었나요!

     비명에 간 수많은 억울한 영혼들이여, 하루빨리 푸틴을 처단하여 더 이상 당신들 같은 시퍼런 절망이 생기지 않도록 도

     와 주세요.

     히틀러보다도 간악하고 김일성이와 한 치도 다르지 않는 그놈을 이 지구상에서 끌어내려 지옥으로 쳐넣어주세요.

     우크라이나 국민이여!

     젤렌스키 대통령이여!

     해 지기 전에 한시 빨리 승리를 쟁취하여 당신들의 자유와 평화를 되찾고,

     크림반도를 수복하여 그 그늘에서 신음하던 주민들을 살리소서.

     그 날

     나도 멀리있는 그대를 향하여 승전 축하의 함성을 외치리다.

     포화 속의 우크라이나여

     힘내세요 마지막까지 다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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