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폭설 11월에 이렇게 쏟아지기는 117년만이라나!. 여기는 43cm라고? 내가 보기엔 6,70cm는 될 듯.언젠가 아주 어렸을 적, 키만큼 왔던 기억 후로는 가장 많았던 것 같다. 42. 폭설 마구 퍼부어덮어버려라김빠져버린푸석한 세상 흰 무덤 아래백골로 누워다시 꿈꾸리다가올 그날 언제였던가 아득한 옛날묻어뒀었지 파란 동심을 최길시 시집/시(詩) 2024.11.29
41. 첫눈 41. 첫눈 허공 속 기다림 틈새로하얀 너울 쓰고가만히창밖에 내려와선추억처럼 가슴을 덮어 다가가입술 대면 잦아들고만지려면 사라져떠난 첫사랑 같은 그리움 바람 불어떠난 자리엔벌거벗은 들판이 거친 세월에신음소리 아리고 가고나면 이젠기다림도 실없어모두 잊고 버리고따라 나서야 하나마음 깃 여민다 최길시 시집/시(詩) 2024.11.27
40. 바람 40. 바람 뜰 앞 모서리에 섰다찬란하던 초록의 영광빛나던 잎들이넘어가는 갈볕 쟁그런 살 맞고하늘과 구름 달과 별 모두 버리고봄 여름 가을 다 잊고소슬바람 따라나부시 내려앉는저 순간저 허허로움 최길시 시집/시(詩) 2024.11.09
39. 혼자 밥을 비비며 39. 혼자 밥을 비비며 시간이 다 돼가는데아무렇지도 않게혼자 앉아 밥을 비빈다 스스로 치열하게 살았다면서도돌아보면자국 하나 남아있지 않고 속에선콩죽이 끓는데입다물고 얌전히 앉아아무 일 없는 듯 그리움은 저 홀로달아났다가는어느 틈에 돌아와 밥 알에 섞이고 뒤섞이는 밥 알 위로떨어져 내리는 뜻 모를 이건청승 때문인가 하루 이틀 사흘이 가도무엇 하나 어쩌지 못해 한심해도숟가락 놓지 못하고 혼자그저 밥을 비빈다 최길시 시집/시(詩) 2024.06.30
38. 그 강 가 38. 그 강 가 하루에도 몇 번씩나도 모르게이 허허 벌판에 나와서성이는 건가 본 이 아무도 없다는 그래서 궁금한그 강 건너편의 소식이 궁금해목빼고 멍하니 바라다 보아도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안개 자욱한그 강 가 최길시 시집/시(詩) 2024.06.24
37. 가고 가고 37. 가고 가고 세월을 담고 섰는철없는 말목 곰곰 생각해 봐도보낸 기억이 없는데 둘러보면 모두 가뭇없이 사라지고 한 번 간 건 돌아올 줄을 몰라 가는 건 왜 하나같이 형체가 없을까 이 뻘밭 다시는 오지 말자고따라나서자 마음과 세월과여기 다 묻어버리고 가고 최길시 시집/시(詩) 2024.06.16
36. 제1회 ‘어르신 재치와 유머’ 투고 -한국시인협회- 백발(白髮) 달거리 이발 가는 길헝클어지는 파뿌리건사하기 귀찮은데밀어버릴까마주 오던 꼬마 배꼽에 손 모으더니 ‘안녕하세요?’ ‘너 참 착하구나!’ ‘할아버지, 하얀 머리 멋져요.’ 하는 일 황혼의 적막을 깬다핸드폰 노랫소리보나마나하나 있는 국민학교 불알친구 ‘뭐하고 있어?’ ‘숨쉬기 운동’ 이제는 흥얼흥얼 ‘목숨보다 더 귀한 사랑이건…’아니 아니지이제는사랑보다 더 귀한 건돋보기보청기 최길시 시집/시(詩) 2024.03.10
35. 바람 35. 바람 바람 끝을 붙들고 부는 대로 달렸지 고개를 들어 보니 바람은 간데없고 사방엔 서리가 하얀데 저만큼 빈 배 한 척만이 최길시 시집/시(詩) 2023.03.05
34. 산수(傘壽) 34. 산수(傘壽) 맨주먹 꼭 쥐고 병아리 맨발로 한 걸음 한 걸음 29220일 숱한 별일들을 넘어 우산 꼭대기에 올라도 여전히 안개비 내리고 앞 길은 머흔데 돌아보니 길도 발자국도 없이 허위허위 참 멀리도 왔구나 오라는 이 없고 가는 곳 모른 채 그저 하루 또 하루 지친 다리 쉬일 배는 어디에 걸쳐진 추진 옷은 언제 벗으랄까 최길시 시집/시(詩) 2023.02.26
33. 세상 33. 세상 옛날은 중도 제 머리 못 갂던 세상 상투 튼 머리들이 굴러다니며 남의 땅 따먹기하던 그 세상 오늘은 나도 로켓에 걸터앉아 내손으로 내머리를 깎는 세상 혼자 내앞 가리는 이 세상 다음 저 세상은 ☆. 엊그제 엘자베스2세 여왕이 돌아가셨단다. 그 하늘같고 태양같고 영원할 것만 같던 큰 고목이 쓰러졌다는데 찔리는 가시 하나조차 없다. 새벽에 문밖을 나서니 집 앞 언덕의 후박나무잎 하나가 떨어져 구석에 박혀 있었다. 지난밤 바람도 없었고, 가을이 채 문턱을 넘어오지 않았는데 무슨 죄로 제명을 다하지도 못하고 비참히 처박혔을까? 시퍼런 커다란 잎이 가슴 위에 덮여와 시렸다. 최길시 시집/시(詩) 2022.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