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홍콩 단상(斷想) 코발트빛 청화백자 접시 위에 버터로 구운 햄버거 하나 백 년을 다듬고 가꿔온 네온등 아름다운 남국의 정원 현란한 조명 아래 나이 찬 무희(舞姬)의 치맛자락 끝에 매달려 흔들리는 구슬 오월 초이레 곡마단 트럼펫 소리 뒤로 마지막 손님 부르는 저물녘의 단오터 (2002년 3월) ☆. ‘홍콩 간다’는 말을 내가 처음 들은 건 80년대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황홀경에 빠진다’는 뜻이라는 설명을 듣고도 언 뜻 와닿지 않아 멍청했었다. 우리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던 89년 이전부터 홍콩은 속어(俗語)에 등장할 정도로 환상 적인 도시, 별천지의 대명사였다. 6.25 전쟁의 잿더미에서 끼니도 잇지 못해 허덕이던 때(1954)인데 ‘홍콩아가씨’란 유 행가가 대히트를 했을 정도니까. 그 말도 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