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길시 시집/시(詩)

7. 생각만 하여도 가슴이 멥니다

최길시 2021. 12. 11. 15:55

7. 생각만 하여도 가슴이 멥니다

 

인큐베이터

영아병동

전쟁고아

그리고

어머니 어머니 ……

 

이민 행렬

이산가족

불귀(不歸)의 국군포로

그리고

어머니 어머니 ……

 

길가 벤치의 무의탁 노인

빛바랜 무명용사 비

부모 찾는 해외입양아의 편지

그리고

어머니 어머니 ……

 

늦가을 밤비

첼로의 솔베이지 노래

단오장 곡마단의 트럼펫 소리

그리고

어머니! 어머니…………

 

꼬깃꼬깃 접은 10원짜리 한 장

땡볕 비탈밭 노파의 등허리

빛바랜 사진 아래 나뒹구는 망자의 유품

아……

그리고

어머니! 어머니…….

 

 

 

 

 

 

. 가슴에 맺혀 오래도록 남는 한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인간관계의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피해가 큰 자연재

   해도 개개인이 겪은 특별한 사연이 아니라면 모두에게 그리 오래 남아있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201912월 중국에서 코로나가 발생했을 때만 해도 나부터도 대수롭게 생각지 않았지요. 이렇게 발달한 과·의학이

   곧 해결하리라고 생각했는데, 2021년이 다 가는데도 나날이 심각해지는 것 같아 이대로 신의 저주에 묻히는 게 아닌

   가 좀 걱정스럽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 코로나 사태는 한바탕 홍수가 지난 뒷자리처럼 곧 아물어 가슴에 상처로는 남

   지 않겠지요?

 

    사람마다 자기가 직접 당한 것에 맺힌 한이 가장 크지요. 15세기 말에 살았던 선조들은 임진왜란, 17세기 중반에

   산 선조들은 그보다병자호란, 20세기 초에 산 선대들은 그것들보다일제의 수탈, 20세기 중반을 살아온 우리 세

   대들은‘6.25전쟁……. 이런 시대상을 겪지 않은 요즘 세대들은 전혀 다른, 각자 개인사정에 의한 한을 품게 되겠지요?

 

    ‘어머니란 말에 가슴이 메는 사람들이 특히 많은 것 같습니다. 아마 이것도 가난하고 어려운 시대 상황을 헤치며 자식

   을 키우며 자라느라 긁혀진 가슴아픈 가정사를 가지고 있는 이 시대 사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식의 생사를 위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의 희생, 그리고 그 희생을 몸으로 마음으로 고스란히 받으며 자라 자신의 존재가 형성되었

   다는 것을 아는데, 떠나는 그에 아무 대책도 못한 채 그냥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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