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이후) 내마음의 여울 9

6·25 사변(事變)에 입은 은혜(恩惠)는 이제 - 아 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

신록의 계절 6월이다. 온 천지가 초록으로 덮여 아늑한데 그 위에서 초여름의 태양이 빛난다. 거리에 나서면 높은 빌딩숲은 질서 정연하고 잘 닦인 도로와 가로수 그늘은단정하여 사위가 평화롭고 안온하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옷차림도 깔끔하고 모습도 훤칠하고 미끈하다. 한국사람이 본디 저렇게 잘 생겼었는데……. 뿐만 아니다. 요즘 문화와 산업 앞에 K가 붙은 말이 쏟아져 나와 세계로 넘쳐흐른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잘 살게 되었구나! 그 위대함에 감탄하여 가슴이 벅차오르는데,6월이 돌아오면 저 밑바닥 아래에서 되살아나는 6·25 사변의 참혹과 어렵던 우리 세대의 어린시절!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새벽. 사기막(강릉시 사천(沙川)면 사기막)으로 공비토벌 나갔다며 한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던 우리..

'내 인생의 보물' 투고 -조선일보-

80여년 오늘의 내 인생이 있게 한 내 인생의 보물입니다. 1968년에 느닷없이 시작된 제1회 대입예비고사에 어렵사리 합격하여 의대에 합격했는데, 등록 마감인 3월5일까지 등록금 78,110원을 마련하지 못하여 결국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눈물 흘리지도 말고 후회하지 말자고 다짐했으면서, 지금 돌아보면 그 한이 나를 이끌고 채찍질하며 여기까지 오도록 한 힘이었습니다. 지금, 의대 정원 증원 문제로 정부, 의료계뿐 아니라 온 국민의 마음이 불편하고 나라 안이 뒤숭숭합니다. 그러나 가장 힘든 사람들은 아파 죽을지경인데 제대로 도움 받지 못하고 있는 환자들일 것입니다.

사제동행(師弟同行)

사제동행(師弟同行) “선생님, 여기 내려와 며칠 쉬시다 가시지요?” 50여 년 동안 간단없이 이어져 오는 연분(年分)인데 핸드폰이란 게 생긴 후로는 틈틈이 들려오는 친숙한 목소리였다. 그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5,60년대 국민학교 운동회에 있었던 사제동행이라는 경기 장면을 떠올리곤 한다. 학생이 달리다가 선생님 이름이 적힌 카드를 주워 쳐들어보이면 운동장 어디에선가 그 선생님이 달려나와 같이 손잡고 달리는 경기였다. 앞서서 껑충한 황새다리로 종종걸음치며 애타는 눈길로 뒤돌아보는 선생님과 손을 놓칠세라 병아리 가랑이를 한껏 벌리며 끌려가듯 쫓아가며 애원하듯 마주보던 그 순일한 광경은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훈훈한 애태움을 안겨주던 경기였다. 세월에 묻혀버린 수많은 옛 정경들 속에서 그 모습이 잊히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