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맘에게 맘아! 짧지도 않은 한평생을 뒤엉켜 살아왔으면서 솔직히 너란 존재 의식도 없이 그저 그림자 쫓듯 고분고분 따랐었지 영원할 것 같던 길이 시나브로 거미가 먹물 번지듯 하기에 어렴풋이 종점이 멀잖다는 걸 거니채어 비로소 나를 들여다보게 되었지 살아온 영욕의 흔적을 애써 무심한 척 하릴없이 흘러가고 있는 이 실체가 오부뎅이 네 공과(功過)였음을 깨닫고 왜 일찍부터 하량하지 못했을까. 시공 초월하여 구름처럼 나타났다 무소불위로 뒤엉켰다 바람처럼 사라지며 구메구메 꾀듯 협박하듯 몰아가는 네게 자석에 끌리듯 순종하기만 했었지 두드리는 북소리를 따라 춤을 추었고 가리키는 천 길 물속으로 들어가 바동바동 어느 날은 부지깽이 끝이었고 어느 날은 풍선이었지 이제 조물주는 온데간데 없는데 작품만 덩그러니 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