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고향의 봄
야트막히 굴곡진
세월 담장 그 너머에
고향의봄을 심었다
쓸쓸한 그리움이
얼음판 갈라지듯 번질 때마다
마음 속에서 피어났다 떨어지곤 하던
남풍 불면 언제든
꽃망울 터트려줘
꽃잎 피듯 소름 돋던
장마에 볼기짝 씻고
햇살에 젖가슴 부풀어 오르면
고향의봄이 버르장이처럼 흥얼거려지던
오랜 세월 지난 뒤
봄이 저홀로 왔다 가고
임자없는 열매 마르더라도
저곳을 향해
영혼의 창을 열고
나의 살던 고향의봄이 그리워 그리워
☆. 고향과 어머니 품은 누구에게나 그리움의 대상이지요. 고향은 태어나 자라던 때의 추억이, 어머니 품은 안락하고 땨
뜻하던 기억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전쟁과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뀌는 소용돌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
나야 했던 세대들이, 세계가 열리고 성공을 위해 스스로 고향을 떠난 세대들보다 더 고향에 대한 정이 애틋하지 않을
까 합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왔다가기조차 힘든 이름도 생소한 아주 먼 타국으로 떠난 사람들도 적지 않지요. 해외에
서 우리 동포들이 같이 자리하는 기회가 생기면 그들은 끝에 언제나 손을 맞잡고 흔들며 눈시울을 붉히며, ‘아리
랑’에‘고향의 봄’을 부르더군요. 나는 고향을 아주 떠난 게 아니고 곧 돌아갈 거면서도 따라 부르며 저리고 먹먹하여 중
간 중간 소리가 흔들렸습니다.
그리 멀지도 않고 교통 사정도 좋아져 가고자 하면 어렵잖게 갈 수 있으면서도 왜 늘 밖에서 멀리 바라보며 애달파하
는지……. 가슴 밑바닥에 깔려있는 알 수 없는 그것은 무엇인지 형언하지 못하면서……. 멀지않은 곳에 있어 틈틈이 가보
아도 ‘산천이 의구하다’는 말은 옛말이 되었고, 뽕나무밭이 바다가 되어버린 그 곳이 허전하다 못해 아픕니다. 벌거벗
고도 부끄럽지 않았던 그때 사람들도 아무도 만날 수 없고, 그래서 마음 한쪽이 늘 비어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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