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길시 시집/시(詩)

24. 자문(自問)

최길시 2022. 1. 24. 13:33

24. 자문(自問)

 

빼꼼히 벌어진 세상 문 틈으로

누군가에게 물어본 것 같다

내 배당금 얼만가요

대답이 없었다

 

정수리를 내밀며

또 물었다

내 모가치는 어디 있나요

네 능력만큼이다

 

숨을 몰아쉬며

그러면 능력을 주세요

그건 누가 주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기르는 것이다

 

문밖을 나섰다

잘살게 해 주나요

한참만에

망석중이 되려느냐

 

아무도 너를 어쩔 수 없고

너 또한 망석중이를 원치 않으리니

남에게 묻지 말고

너에게 물어보라

 

이승문을 나설 때

나에게

물어봐야겠다

잘 살았느냐고

 

 

 

 

 

. 밖은 올 겨울 들어 최강 한파라는데 남으로 난 창 안은 봄날처럼 따뜻하다. 자리끼가 얼 정도로 외풍이 심했던 집에

   서, 입는 것도 변변치 못하여 화로를 끼고 살던 옛날이 새삼스럽게 다가오며 목화솜 같은 안도가 한가롭게 감싸안는

   다. 코로나로 어수선한 중에도, 세상 여기저기에서는 여전히 분란이 시끄럽다. 들여다보고 있으니 그곳 사람들이 안타

   깝고 애달프지만 어느 누구도 어떻게 해 줄 수 없는, 뽑아놓은 지도자의 인간 됨과 정신세계가 잘못돼 멋대로 휘둘러

   온 백성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으니 그걸 어쩌겠는가? 정말 신()이 있다면 신이 처단해야 할 영역이니…….

 

    그러나, 지금 나의 공간은 미세먼지도 없고, 따뜻하고, 아늑하나 나의 머리와 가슴 속은 안온치가 않다. 오만가지 생각

   들과 느낌들과 상념들이 들락거리며 소란스럽고 곳곳에서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곤 한다. 내가 이제 가야할 곳이

   정말 있느냐고, 있다면 어떤 곳이냐고?

 

    그렇다. 모든 것은 나 자신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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