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길시 시집/시(詩)

23. 그곳, 좋겠다

최길시 2022. 1. 11. 13:20

23. 그곳, 좋겠다

 

人    間이 아니라도 좋겠다

볏모 안으려 알몸 찰람한 5월의 무논

 

옥토가 아니어도 좋겠다

풀머리 어우러져 춤추는 유유한 풀벌

 

천국이 아니어도 좋겠다

잔물결이 목새와 종일토록 사분거리는 모래톱

 

그곳이라도 좋겠다

돈 행복이 없는 곳

 

그곳이라면 좋겠다

創初의 自然 그대로의 곳

 

純然한 곳이라면 그냥 좋겠다

마른 세월의 강에 윤회의 물레방아 멈춘 그곳.

 

 

 

 

 

. 그 맑던 하늘에서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려올 듯하던 별들도 창을 닫습니다. 하늘은 온통 물바다가 된 듯하고, 이땅도

   기후 재난으로 인간이 더 도망칠 곳이 없어집니다. 인간이란 동물이 이땅에 생겨나 겨우 몇 백만 년 동안에 이 아름다

   운 땅을 온통 분탕질하고 남은 것들을 인류문화유산이라고 지정해 놓고 자랑질하고 있는데, 이 상처투성이의 회복 불

   가능한 지구 정말 얼마나 오래 버텨낼 수 있을지요?

 

     오늘도 이 지구촌 곳곳에서 인간들의 지저분하고 악랄한 아귀다툼이 그칠 줄 모릅니다. 정치 지도자라고 이름붙은

   자들이 무슨 특권이라도 쥐고 있는 듯, 앞장 서 선악 분별도 못하며 제 기분대로 입이 놀아나고 손가락을 휘둘러댑니

   다. 그들도 분명히 역사를 배웠을 것이며, 과거 인간들이 저지른 그 숱한 분란과 전쟁과 아비규환이 어떤 결과를 초래

   했는지 알고 있을 텐데도, 도무지 되돌아보거나 반성하는 빛은 없고, 제가 무슨 절대자라도 된 듯이 고개를 고추세우

   고 뻔뻔스러운 낯을 카메라 앞으로 들이밉니다. 언제나 그런 것들에 휩쓸려 고난을 겪고 생명을 바치는 것은 아무 잘

   못도 없는 애꿎은 사람들, 도대체 얼마였습니까? 히틀러 김일성이를 비롯한 그 악랄했던 악당들은 지금 지하에서 어떻

   게 하고 있을까요? 그야말로 지옥 불구덩이에서 죄업을 치르고 있으면 좋으련만, 왜 그런지 퍼질러 앉아 빙긋이 미소

   짓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무슨 까닭일지요?

 

    우주로 이민 간다고들 야단입니다. 가서 사람이 잘 살 수 있는 새 세계를 찾아 개발한다고 법석입니다. 참 걱정스럽습

   니다. 이 인간들이 우주로 날아가서 이 땅을 휘저어 진흙탕을 만들어 놓듯 또 우주를 허점투성이인 얄팍한 인간의 지

   식으로 온통 분탕질해 놓아 회복 불능의 세상으로 만들어 버리지 않으라는 보장이 없지 않습니까?

 

    천국이 있다 하더라도 다시 태어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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