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길시 시집/시(詩)

25. 여운(餘韻)

최길시 2022. 1. 25. 10:43

25. 여운(餘韻)

 

등바닥 따스해오는 어렴풋한 새벽

아련한 꿈길 속으로 울려오던

어머니 도마질 소리의

 

아침이 쉬고있는 고즈넉한 터에

물에 잠긴 몸에 파문을 그려오던

성당 종소리의

 

맹꽁이 울어대던 보릿고개 늦저녁

고단한 삶을 다독여주던

건넛마을 다듬잇소리의

 

전봇대 신음하던 섣달그믐 밤

늦도록 홀로 적막을 달래주던

늙으신 아버지 기침소리의

 

지워지지 않는 아련한 울림.

 

 

 

 

 

☆. 기억에서도 지워져가는 오래 전의 소리들이지만 어느 순간 문득 여운이 되살아나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다시는 들

   을 수 없는 것들이기에 더욱 간절해지는 것 같습니다. 비록 가난하고 힘들었던 날들이었지만 가슴을 울리고 따뜻한 정

   이 스미는 이런 소리들이 있었기에 살아가는 용기와 힘이 살아났던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시대가 아쉽고 공허한 것은

   이런 것들이 없어져 거칠고 앙상하기 때문이겠지요.

 

    고작 몇 십 년 전의 정경인데 아주 옛날 풍경처럼 돼 버린 건, 우리의 삶이 그다지 길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요? 살아

   온 갈피에 묻혀 있는 아련한 울림과 저림이 때때로 그리워집니다. 떠난 뒤 실체로 남아있는 것보다 눈감으면 떠오르는

   것들이 더 소중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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