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혼자 밥을 비비며
시간이 다 돼가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혼자 앉아
밥을 비빈다
스스로
치열하게 살았다면서도
돌아보면
자국 하나 남아있지 않고
속에선
콩죽이 끓는데
입다물고 얌전히 앉아
아무 일 없는 듯
그리움은 저 홀로
달아났다가는
어느 틈에 돌아와
밥 알에 섞이고
뒤섞이는 밥 알 위로
떨어져 내리는
뜻 모를 이건
청승 때문인가
하루 이틀 사흘이 가도
무엇 하나 어쩌지 못해 한심해도
숟가락 놓지 못하고 혼자
그저 밥을 비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