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길시 시집/시(詩)

39. 혼자 밥을 비비며

최길시 2024. 6. 30. 20:35

39. 혼자 밥을 비비며

 

시간이 다 돼가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혼자 앉아

밥을 비빈다

 

스스로

치열하게 살았다면서도

돌아보면

자국 하나 남아있지 않고

 

속에선

콩죽이 끓는데

입다물고 얌전히 앉아

아무 일 없는 듯

 

그리움은 저 홀로

달아났다가는

어느 틈에 돌아와

밥 알에 섞이고

 

뒤섞이는 밥 알 위로

떨어져 내리는

뜻 모를 이건

청승 때문인가

 

하루 이틀 사흘이 가도

무엇 하나 어쩌지 못해 한심해도

숟가락 놓지 못하고 혼자

그저 밥을 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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