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9.이전) 자유게시판

2006 노벨 문학상 수상자 ‘오르한 파묵’의 소설 ‘눈(Snow)'에서(9)

최길시 2021. 10. 4. 10:11
글쓴이 kilshi 2006-12-15 10:12:37, 조회 : 1,158

 

 

‘눈(Snow) 2'를 펴 놓은 지가 벌써 꽤 여러 날이 지났는데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다. 빨리 끝을 내야 마음도 개운하고,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데……. 발목 잡혀 우물대고 있는 꼴이다.

 

작가가 쓰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겠는데, 표현이 그렇게 썩 마음을 울려주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번역문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걸 보면서, 남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이나, 내 마음에 느껴오는 것을 그대로 적절하게 표현하는 일이 모두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새삼 듭니다.

 

타인의 고통과 사랑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가능할까? 자신보다 더 깊은 고통, 결핍, 압박 속에서 사는 사람들을 우린 얼마만큼 이해할 수 있을까? 이해한다는 것이 만약 우리를 우리와는 다른 사람들의 처지에 놓는 것이라면, 세상의 부자들과 재판관들은 주변부에 있는 수백만의 가련한 사람들을 이해한 적이 있을까?

 

“나의 모든 인생은 상처입은 짐승처럼 짙은 외로움과 결핍의 감정으로 고통스러워. 만약 널 그렇게 강렬하게 껴안지 않았더라면 결국 널 그렇게나 화나게 하지 않았을 것이고, 12년만에 찾았던 균형을 잃어버리고 처음으로 돌아가지 않았을 거야. 지금 내 마음속에는 참을 수 없는 상실감과 버림받았다는 슬픔이 있어. 그것이 내 온 몸에 상처를 내고 있어. 내가 잃은 것은 단지 네가 아니라 모든 세상인 것 같아.”

 

내가 죽은 친구의 이 글을 읽었다고 해서 그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 친구의 힘겹고 고통스런 삶 속에 있던 어둠을 어느 정도나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