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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노벨 문학상 수상자 ‘오르한 파묵’의 소설 ‘눈(Snow)'에서(10)

최길시 2021. 10. 4. 10:12
글쓴이 kilshi 2006-12-16 11:19:55, 조회 : 1,322

 

 

이 소설의 주인공 ‘카’는 조국(터키)에서 망명하듯이 독일에 와 사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가난한 시인입니다. 그래도 많은 터키 국민과 독자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사람(남자)입니다. 그가 죽은 뒤에 알려진 것은 가난한 영혼들이 상상하였던 것처럼 ‘가난하였으나 고고하게 살다가 깨끗하게 떠나간 것’이 아니라, 그냥 필부(匹夫)였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인간(남자)의 밑바닥이란 것이 이런 것일까요? 이견(異見)이 있는 사람은 답글에 올려 주기 바랍니다.

 

내 친구(카)가 생의 마지막 4년 동안 이러한 종류의 테이프나 보며 지냈다는 것이 알려진다면, 그에게서 완벽하고 성자 같은 시인의 모습을 기대했던 가난한 영혼들은 배반감에 분노하리라. 나는 세상의 모든 외로운 남자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죄책감을 느끼며 구석에 틀어박힌 채 포르노 비디오를 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치심, 가난에 대한 탄식, 그리고 상실감에 사로잡혀 영화를 보다가 휴식시간이면 허름한 로비에서 서로의 눈을 피하는 이 외로운 남자들은, 민족에 대한 모든 선입관과 인류학 이론에 이의를 제기할 정도로 서로 닮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