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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노벨 문학상 수상자 ‘오르한 파묵’의 소설 ‘눈(Snow)'에서(11)

최길시 2021. 10. 4. 10:18
글쓴이 kilshi 2006-12-19 11:48:56, 조회 : 1,209

 

 

아래 문장들은, 내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몇 번씩 거듭해서 읽어보았던 것입니다. 같은 문장을 읽으며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모두 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떤 때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다른 해석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이것을 읽으며 어떤 생각이나 느낌을 갖게 될까요?

 

 

우리가 신에게 의존하는 것은 서양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지독하게 가난하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는 다만,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와 저세상에서의 삶이 궁금할 뿐이다.

 

카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그렇게 짧게 끝내버린 이유를, 과분한 행복을 견딜 수가 없어서였다고 생각할 것이었다.

 

아버지 어머니가 언젠가 죽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눈물을 글썽이면서도 이 슬픔에서 희열을 느끼는 것처럼, 만약 자신이 사랑하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는 생각을 한다네.

 

우리의 가련한 삶은 인류사에서 그 어떤 자리도 차지하지 못합니다. 결국 이 가련한 카르스시에서 사는 우리 모두는 어느 날 죽어 없어질 거예요. 아무도 우리를 기억하지 않겠지요. 아무도 우리에게 관심을 갖지 않을 거예요. 여자들의 히잡 문제로 논쟁하다 서로를 죽이는가 하면, 사소하고 헛된 싸움 속에서 목숨을 잃는 하찮은 사람들로 남을 거예요. 모두 우리를 잊을 겁니다. 이렇게 바보 같은 삶을 살다가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 삶에는 사랑 이외에 그 어떤 것도 없는 것만 같아요.

 

선생님이 내 준 문제에 대한 답을 모르면서도 손을 들고, 진짜 사고 싶던 스웨터가 아니라 같은 돈을 내면서도 더 나쁜 물건을 산 적이 그의 인생에는 꽤 있었다.

 

행복한 것만으로 만족하는 사람은 절대 행복할 수 없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일 같지만, 그가 이 마차를 타는 것이 그의 모든 인생을 돌이킬 수 없게 바꾸어 놓을 것이고, 그가 라지베르트의 부름을 수락한 것이 그의 앞길에 큰 전환점이 된다는 것을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다.(그러니까 그 때 그때의 사소한 판단도 매우 중요할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