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kilshi | 2006-12-24 19:42:55, 조회 : 1,370 |
2006년의 카운트다운이 정확히 7을 남기고 있다. 주말에다 크리스마스의 이브가 겹쳐서인가 거리는 더욱 한산하다. 매년 이맘 때면 느긋하고 흐믓하고 푸근한 느낌보다는, 답답하고 쓸쓸하고 초조해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루과이의 마토스 로드리게스가 작곡했다는 라쿰파르시타의 경쾌한 멜로디가 흐른다. 아르헨티나의 속어(俗語)로 가장행렬(假裝行列)의 의미라는데, 문득 방랑자의 우수 같은 허무가 느껴오는 것은 또 무슨 까닭인가?
12월도 막바지에 접어든 저녁에 ‘셰익스피어~’에서 보내준 시(詩) ‘12월 저녁의 노래’를 읽는다. 가슴 속에서 마른 콩대궁처럼 바삭바삭 소리가 난다.
12월 저녁의 노래
문 정 희
12월 저녁에는
마른 콩대궁을 만지자
콩알이 머물다 떠난 자리 잊지 않으려고
콩깍지는 콩알의 크기만한 방을 서넛 청소해 두었구나
여기에다 무엇을 더 채우겠느냐
12월 저녁에는
콩깍지만 남아 바삭바삭 소리가 나는
늙은 어머니의 손목뼈 같은 콩대궁을 만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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