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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감상(30) '나이는 들었어도'

글쓴이 kilshi 2006-05-11 09:24:58, 조회 : 1,538 벌써 송홧가루가 날리기 시작합니다. 5월의 찔레꽃과 송홧가루와 뻐꾸기 울음과 ……. 옛날에 어머니들은 오뉴월 맑은 태양 아래에서 터져나오는 송홧가루를 털어 깨끗한 물에 씻어 곱게 말려 설에 다식을 만들어 내곤 하였지요. 어느덧 내 마음에도 노오란 송홧가루가 날립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 나이는 들었어도 Though I look old, yet I am strong and lusty, For in my youth I never did apply Hot and rebellious liquors in my blood. (As You Like It 2.3.47-49) 나이는 들었어도 몸은 건장하고 원기왕성 합니다. 젊어서 혈..

셰익스피어 감상(29) '희망은'

글쓴이 kilshi 2006-05-10 09:04:03, 조회 : 1,713 비몽사몽간에 눈을 떴다. 의식까지도 술에 절어 있다. 그사람들은 집에 제대로 들어갔나? 적당했던 그 시점에서 끝을 냈어야지 이게 무슨 짓인가? 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스스로 절제가 잘 되는 사람이라고 자신하고 있었는데……. 역시 어쩔 수 없는 凡人이다. ‘희망은 사랑하는 사람이 의지하는 지팡이?’ 무슨 뜻인가? 앞부분을 읽어 보아야 알 수 있는 대목인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답글에 올려 주세요. 희망은 Hope is a lover's staff; walk hence with that, And manage it against despairing thoughts. (The Two Gentlemen of Verona 3.1..

셰익스피어 감상(28) '그대를 볼 때까지는'

글쓴이 kilshi 2006-05-09 09:39:29, 조회 : 1,663 새벽에 은사시나무의 흰 꽃가루가 첫눈처럼 덮인 하얀 오솔길을 걸었습니다. 뻐꾸기가 웁니다. 얼마 만에 가까이서 들어보는 그리운 소리인지 모릅니다. 옛날, 뻐꾸기가 절절히 울던 때는 힘든 보릿고개였습니다. 찔레꽃 향기가 그윽히 5월의 바람에 실려오고, 파란 이삭이 처녀의 머릿결처럼 물결치던 보리밭 사이로 난 햇빛 쏟아지는 길을 따라 뻐꾹뻐꾹 어디론가 한없이 가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대’란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의 그 때 상황이나 심정에 따라 대상이 달라지겠지요. 지금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그대’는 누구?, 무엇? 입니까? 어서 당신의 마음이 밝은 대낮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대를 볼 때까지는 All days are nig..

'한 분뿐인 어머니'-어버이날을 맞이하여-'

글쓴이 kilshi 2006-05-08 16:11:36, 조회 : 1,764 어버이날이라고 꽃가게마다 꽃바구니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60년대에는 가슴에 ‘어버이날’이라고 쓴 리본을 달아드리거나 자녀들이 달기도 하였던 것 같습니다. 7,80년대에는 가슴에 조화(종이 또는 플라스틱) 카네이션을 달아드렸는데, 90년대쯤엔 그것이 생화로 바뀌더니, 지금은 꽃바구니가 대세를 이루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부모님에 대한 정감의 무게가 바뀌어서라기보다 그만큼 경제적으로 나아졌다는 얘기가 될 것 같습니다. 아래 시는 ‘셰익스피어와 함께하는 세상’에서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보내준 것이기에 올립니다. 나도 마찬가지이지만 대부분의 자식들은 아버지보다 어머니에 대한 느낌이 더 각별한 것 같습니다. 분명히 아버지도 한 ..

셰익스피어 감상(27) '아름다움과 정숙'

글쓴이 kilshi 2006-05-08 09:25:11, 조회 : 1,501 이렇게 하여 세상은 원만하게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다. 세상은 가만히 두면 스스로 주고받아 저절로 자연을 이루어가는데, 사람들이 욕심으로 어거지를 부려 자기가 모두를 소유하려고 한다. 그 때문에 크고 작은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이다. 아름다움과 정숙 The power of beauty will sooner transform honesty from what it is to a bawd than the force of honesty can translate beauty into his likeness. (Hamlet 3.1.111-114) 미모가 정숙함을 성적으로 타락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나, 미인을 정숙하게 만들기란 정숙의 힘..

셰익스피어 감상(26) '침묵이야말로'

글쓴이 kilshi 2006-05-07 11:01:03, 조회 : 1,891 5월의 첫 일요일 아침입니다. 사방은 잠자는 듯 조용합니다. 나뭇잎도 하나 까딱하지 않은 걸 보면 바람조차 한 점 없는 모양입니다. 연초록의 넓은 목련잎에 아침 햇살이 눈부십니다. 비온 후 더 맑아진 파아란 공중에 꿈의 요정이라도 내리듯 버드나무의 흰 꽃가루들이 두웅둥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이 고요, 이 침묵이야말로 평화, 행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침묵이야말로 Silence is the perfectest herald of joy. I were but little happy if I could say how much! (Much Ado About Nothing 2.1.295-296) 침묵이야말로 기쁨을 전하는 최고의 전령이지요..

셰익스피어 감상(25) '오늘은'

글쓴이 kilshi 2006-05-06 12:07:45, 조회 : 1,702 오월의 여왕 모란이 어제는 그 화려하고 요염한 자태를 뽐내었는데, 오늘 이 빗속에선 그렇게 처량할 수 없습니다. 속눈썹 기다란 큰 눈에 눈물을 가득 담고 초라한 모습으로 어깨를 늘어뜨리고 있는 걸 보면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늘은 We know what we are, but know not what we may be. (Hamlet 4.5.43) 오늘은 이렇지만 내일이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사람이다. (『햄릿』4막5장 43행)

'당신의 아이들은'-어린이날을 맞이하여'

글쓴이 kilshi 2006-05-05 09:06:20, 조회 : 1,692 당신의 아이들은 칼릴 지브란 당신의 아이들은 당신의 소유가 아닙니다. 그들은 당신을 거쳐 태어났지만 당신으로부터 온 것이 아닙니다. 당신과 함께 있지만 당신에게 속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당신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수는 있지만 생각을 줄 수는 없습니다. 그들은 자기의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아이들에게 육체의 집을 줄 수는 있어도 영혼의 집을 줄 수는 없습니다. 그들의 영혼은 내일의 집에 살고 있고 당신은 그 집을 결코, 꿈속에서도 찾아가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아이들처럼 되려고 노력하는 건 좋지만 아이들을 당신처럼 만들려고 하지는 마십시오. 삶이란 뒷걸음쳐 가는 법이 없으며, 어제에 머물러 있는 것도 아..

셰익스피어 감상(24) '오라버님 그런 짓일랑 하지 마세요'

글쓴이 kilshi 2006-05-04 08:57:03, 조회 : 1,940 어제는 마음이 울적하여 양재동 꽃시장에서 꽃을 사다 심었다. 꽃을 기르는 사람들이라서인가 모종을 파는 아저씨들이 볕에 그을리고 가진 것은 없어보여도 밝고 친절했다. 나는 이런 위선자들이 가장 먼저 저주받아서 빨리 이 사회에서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지금 이렇게 혼란스럽고,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나라가 된 것은, 바로 이런 위선자들이 권모술수로 권력이나 부를 잡고 지도자라고 앞에 나서 군림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라버님 그런 짓일랑 하지 마세요 Good my brother, Do not, as some ungracious pastors do, Show me the steep and thorny way t..

셰익스피어 감상(23) '잘난 것을 개의치 마오'

글쓴이 kilshi 2006-05-03 09:25:12, 조회 : 1,675 지금 KBS TV 아침마당에서 가족찾기를 하고 있습니다. 여러 프로에서 매주 가족찾기를 하는데도 이렇게 끊임도 없으니 생이별한 사람이 이렇게도 많은가? 이게 모두 6.25 전쟁과 가난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 구구절절한 사연들을 듣고 있으려니 가슴이 아려온다. 잘난 것을 개의치 마오 Be not afraid of greatness. Some are born great, some achieve greatness, and some have greatness thrust upon 'em. (Twelfth Night 2.5.140-142) 잘난 것을 개의치 마오. 사람은 타고남이 잘나는 수도 있고, 힘써 얻어 잘나는 사람도 있고, 또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