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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삶은 그대의 것

글쓴이 kilshi 2006-06-04 14:17:20, 조회 : 1,629 깜빡깜빡 나를 잊고 살 때가 있다. 내가 사람이라는 것을, 내가 남자라는 것을, 내가 가장이라는 것을, 내가 선생님이었다는 것을, 살 날이 살아온 날보다 훨씬 적게 남아있다는 것을……. 가물가물 삶을 잊고 살 때가 있다. 오늘은 오늘뿐이라는 것을, 이 삶은 단 한 번뿐이라는 것을, 살아있음에 보답해야 한다는 것을, 언젠가는 이 자리를 떠나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빈손으로 간다는 것을……. 그대의 삶은 그대의 것 your life is your life. know it while you have it. you are marvelous. the gods wait to delight in you. (Charles Bukowski, "..

유월이 오면

글쓴이 kilshi 2006-06-03 11:00:03, 조회 : 1,934 6월이 오기만 하면 내게 6.25가 떠오르는 것은, 바로 이런 평화스럽고 졸음이 올 것 같은 행복한 ‘유월’은 1950년 6월 24일까지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은 기억 때문이다. 내가 점점 자라 세상에 눈이 뜨인 때문도 있었겠지만, 그 이후 어느 한 해의 6월도 조용히 넘어간 적이 없었다. 6.25가 모든 ‘유월’을 망쳐버렸다는 생각을 지워버릴 수 없다. 유월이 오면 로버트 브리지스 유월이 오면 나는 하루 종일 내 사랑과 향긋한 건초 속에 앉아 산들바람 부는 하늘에 흰 구름이 짓는 저 높은 곳 햇살 찬란한 궁궐 바라본다네 그녀는 노래하고 난 노래 지으며 온종일 아름다운 시 읊조린다네 건초 집에 둘이서 남몰래 누워 있으면 오, 인생..

셰익스피어 감상(50) '여관 주인과 같은 시간'

글쓴이 kilshi 2006-06-02 08:54:59, 조회 : 1,603 6월이다! 나는 6월이 오면 6.25가 일어났던 1950년의 6월이 떠오르곤 한다. 지금 생각하면 이상하리만치 청명했던 날씨-투명하도록 맑은 공기, 파아란 하늘, 새하얀 구름-, 이른 아침 마당가에 나서면 간밤에 비 온 것처럼 풀밭을 함초롬히 적시고 있는 이슬들, 한낮에는 너무도 뜨겁게 내리쬐던 눈부신 태양, ……. 그런데 지금은 눈앞에 무언가 뿌우연 것이 한 겹 씌워진 것처럼 세상이 달라진 것이다. ‘시간’을 ‘세태를 쫓아가는 여관 주인’에다 비유했다는 것이 정말로 감탄스럽다. 셰익스피어의 묘미가 이런 데 있는 것이다. 여관 주인과 같은 시간 Time is like a fashionable host, That slightly ..

셰익스피어 감상(49) '주인님'

글쓴이 kilshi 2006-06-01 09:13:46, 조회 : 1,617 어떻게 될 것인가? 궁금하고 초조했던 선거 결과가 나왔다. 역사의 깊이와 고난도 모르고, 다수 국민의 의중은 안중에도 없던, 최소한의 민족 예절도 모르는 그 알랑하고 오만방자한 속셈을 민심이 처단한 것이다. 이제는 옛날처럼 그렇게 무지무식하거나 무조건 관대하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런 교훈을 남의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내 것으로 새겨야 한다. 무엇이든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는 것은 마땅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 동양 철학의 중용(中庸)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주인님 Only, good master, while we do admire This virtue and this moral discipline, ..

셰익스피어 감상(48) '여성의 눈에서 받은 가르침'

글쓴이 kilshi 2006-05-30 14:53:55, 조회 : 1,955 이건 무슨 말인고? 사랑에 목마르고 눈이 먼 어떤 남자의 말일 테지, 여성의 눈 때문에 인류 역사에 또 얼마나 많은 비극이 일어났을 텐데.... 여성의 눈에서 받은 가르침 From women's eyes this doctrine I derive: They are the ground, the books, the academes, From whence doth spring the true Promethean fire. (Love's Labor's Lost 4.3.299-301) 이건 제가 여성의 눈에서 받은 가르침입니다. 여성의 눈이야 말로 근간이요, 책이요, 학문의 전당이지요. 그 곳으로부터 프로메테우스의 진짜 불이 솟아오른답니다..

셰익스피어 감상(47) '즐겁고 유쾌하게'

글쓴이 kilshi 2006-05-29 13:44:38, 조회 : 1,551 국민들이 생업에 종사하면서 정치를 느끼지 않도록 하는 정치가 가장 훌륭한 정치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 나라 전체가 정치판에 휘말려든 느낌이다. 모두들 살기 힘드니까, 세상 돌아가는 것이 짜증나니까, 그 복마전에서 뭔가 부스러기라도 얻어내야 하니까 그런지도 모른다. 거기에 매스컴까지 당장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는 듯이 앞장서 야단이다. 그 하는 짓들을 그냥 앉아보기가 울화통이 터진다. 요즘 선거판을 보면서, 우리나라는 이 정치가 나라를 온통 들어먹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 기억에 확실한 최초의 선거-4.19를 불러온 1960년 3월 15일 자유당의 부정 선거- 이후 거의 반세기가 지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선거가 있..

셰익스피어 감상(46) '위대한 것은'

글쓴이 kilshi 2006-05-28 10:59:00, 조회 : 1,539 늘 하던 대로 새벽에 집을 나섰다. 어제 온 비 때문에 세상이 목욕을 한 듯 촉촉하고 신선하다. 수서경찰서 울타리에 장미가 만발이다. 푸른 초록 사이에 물방울 머금은 장미의 붉은 색이 눈부시다. 꽃말 그대로 불타는 사랑과 정열이 솟아오르는 듯하다. 가시가 있어도 바라보는 아름다움은 역시 꽃 중의 압권이다. 젊음의 계절 여름이 시작되는 것이다. 집을 지으면 울타리에는 장미를 심으리라. 분당중학교 울타리에도 지금 장미가 한창일 것이다. 이 번역 어떤가요? 이 문장만 보아서는 뜻을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셰익스피어’의 ‘헨리 4세’를 읽으신 분, 그 글에서 이 구절이 나타내는 뜻이 이것 맞나요? 위대한 것은 Gre..

셰익스피어 감상(45) '세속의 영광'

글쓴이 kilshi 2006-05-27 11:14:15, 조회 : 1,686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도 벌써 마지막 주말을 맞았다. 나는 이 5월에 뭘 했나? 글쎄, 아무 것도 집히는 게 없다. ‘가정의 달’이라 몇몇 사람과 만난 것, ‘이 시대의 부처님이 되라’는 법정스님의 말씀, 그리고는 그저 뻐꾸기 소리에 졸며졸며, 모란, 찔레, 아카시아의 꽃향기에 취하여 바람처럼 5월이 지나간 것이다. 그렇다. 욕심으로 얻은 영광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허망만 남으리라. 눈물과 땀으로 이루어진 진정한 영광이라면 남의 기억과 관계없이 언제까지나 내 마음 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세속의 영광 Glory is like a circle in the water, Which never ceaseth to enlarge itse..

셰익스피어 감상(44) '고쳐질 수 없는 일'

글쓴이 kilshi 2006-05-26 09:32:35, 조회 : 1,534 세계가 열리고 사람 사는 행태가 복잡해지면서 사람들의 생각이 매우 다양하고 섬세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 일도 옛날처럼 단순하지가 않은 것 같다. 개성을 살리고 극대화한다는 것은 개인으로 보나 사회 전체의 다각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좋은 일이나, 인간 생활의 절제와 겸양은 점점 어려워질 것 같다. 나 개인의 일이야 힘든 일이라 할지라도 고치지 못할 것이 없겠지만, 나 이외의 일을 내 생각대로 고치려고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옛날처럼 어떤 영웅의 생각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고, 다수의 생각의 흐름이 세상을 바꾸어 놓을 것인데, 앞으로 세상은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