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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감상(104) '위험한 억측은'

글쓴이 kilshi 2006-10-26 22:53:32, 조회 : 1,330 오늘 또 한 분(최규하 전 대통령), 우리 역사의 증인이 영원히 땅속에 묻혔습니다. 어두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잠을통 채운 채 그냥 안고 가 버렸습니다. 과거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때도 침묵으로 일관했던 그가, 생을 마감하며 비망록이든, 회고록이 되었든, 자서전이든 남겼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침묵과 공개 어느 쪽이 이 혼돈과 혼란의 역사에 도움이 되는지 나로서는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쓸쓸하고 가슴이 무겁게 짓눌려 오는 것은 무엇 때문일런지요? 위험한 억측은 Dangerous conceits are in their natures poisons, Which at the first are sca..

셰익스피어 감상(103) '내 명예가'

글쓴이 kilshi 2006-10-25 12:09:41, 조회 : 1,379 요즘 늘 집에만 붙어있어 그런지 몰라도 금년 가을은 날씨도 그렇고 어쩐지 가을 같지가 않다. 운동하러 다니는 이웃 공원의 벚나무 단풍을 보며 벚나무 단풍의 가을 맛을 느끼게 된다. 전에는 벚나무 단풍이 칙칙하고 곱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TV를 보다가 지난 번 폭풍우에 동해안의 피해가 너무 큰 것 같고, 내가 강릉에 내려가기만 하면 들르는 ‘영진횟집’도 연곡의 바닷가에 있기에, 위로도 할 겸 피해가 얼마나 심한가 하고 전화를 넣어보았다. 다행히 그 집은 피해가 그렇게 크지 않아 곧 영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내려가면 거기 들르는 것이 나의 즐거움의 하나인데……. 불행 중 다행으로 마음이 놓였다. 틀림없이 명예가 생명보..

셰익스피어 감상(102) '나의 좌우명은'

글쓴이 kilshi 2006-10-24 19:57:32, 조회 : 1,550 옛날에는 오늘(10.24)이 ‘유엔의 날(UN Day)’라고 하여 휴일이었다. 그 UN의 도움으로 자유 대한민국이 살아남게 되었으니 어찌 기념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그런데 언제부턴가 기념일에서 제외되고, 교육 내용에서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어 버렸으니, 어린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젊은 세대들도 그런 날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살아간다. 시월에는 그 밖에도 10월 1일 ‘국군의 날’, 10월 3일 ‘개천절’, 10월 9일 ‘한글날’ 등 기념일이 많아 1년 중 가장 신나고 여유로운 달이었다. 옛날의 국민 교육에서 ‘검소와 정직’은 분명히 가장 대표되는 교육 덕목이었다. 그래서 교훈(校訓), 사훈(社訓), 가훈(家訓), 급훈(級..

슬픈 강릉.

글쓴이 권오익 2006-10-24 10:25:21, 조회 : 1,735 언제인지는 기억이 아물하지만, 이런 여론 조사가 있었습니다. "당신이 한국에서 살고 싶은 곳은?" 기억으론 그때 강릉이 우리나라에서 살고싶은곳, 다섯 손가락안에 들었던걸로 상기합니다. 엊저녁 뉴스를 보면서 집사람이 걱정스럽게 말합니다. "강릉 고모한테 전화 한번 해보셔~" 이젠 어른들이 안계시니 고모님을 시어머니처럼 생각하는 조카 며느리의 마음입니다. 오늘 아침엔 업무차 어느 지인과 통화를 했습니다. 그 양반이 대뜸, "거긴 피해가 많은것 같습디다." 내가 그쪽 출신이라는걸 알기 때문이지요. 걱정해서 하는 소리지만 한편으론 "거긴 허구헌날 왜 그런다냐?" 하며 듣기에 따라선 부담스러운 말투입니다. 지형적인 여건이 그렇다니 천재지변이야..

셰익스피어 감상(101) '두 가지 용기'

글쓴이 kilshi 2006-10-23 13:34:55, 조회 : 1,562 아침에 대모산에 올랐습니다. 날씨도 싸늘해졌고, 바람도 제법 세게 부는데, 엊저녁에 내린 비로 길바닥에는 칙칙하고 커다란 플라타너스 잎이 여름의 시체가 되어 나뒹굽니다. 그 모습이 왜 그렇게 처량하게 느껴지는지. 소나무 밑에 소복히 쌓여있는 따뜻하게 느껴지는 노오란 소갈비와는 너무도 다릅니다. 윗몸일으키기 의자에 누워 하늘을 바라봅니다. 마지막 푸름을 발산하려는 듯이 6월의 청록처럼 청청합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그 새파란 숲 사이로 검은 구름이 몰려갑니다. 문득 바다 한가운데에 혼자 떨어진 듯한 느낌이 듭니다. 바람은 이른 봄처럼 싸늘하고 상큼하기는 한데, 역시 봄바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상수리나뭇잎 하나가 머리 위로 떨어져 ..

셰익스피어 감상(100) '단 하나의 내 사랑이'

글쓴이 kilshi 2006-10-18 21:47:23, 조회 : 1,829 흔히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운명적인 사랑으로 말합니다. 정말로 그들(또는 주위의 누군가)의 힘으로 도저히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그런 비극적 종말을 맞지 않으면 안 되었던 사랑이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사랑해 가는 과정을 잘 살펴보면 얼마든지 헤쳐 나올 길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우리 젊은 사람들의 사고(思考)였다면 어떻게 하든지 절망을 뚫고 행복한 사랑으로 만들어 갔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언제부터인가(아마 내가 공부를 시작하고부터였다고 생각하는데) 특별한 작품이거나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면 소설 읽기를 거부해 온 내가, 금년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오르한 파..

셰익스피어 감상(99) '하늘에 달려 있는 일도'

글쓴이 kilshi 2006-10-16 06:41:14, 조회 : 1,387 글은 쓴 사람의 생각과 감정 을 나타낸 것입니다. 작중인물이 한 말이라 하더라도 그 작중인물은 작가가 만들어내는 것이니까. 그러니까 이것이 셰익스피어의 생각이었습니다. 또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됩니다. 하늘에 달려 있는 일도 Our remedies oft in ourselves do lie, Which we ascribe to heaven; the fated sky Gives us free scope; only doth backward pull Our slow designs when we ourselves are dull. (All's Well That Ends Well 1.1.217-220) 하늘에 달려있다고 생각되는 일도 때로..

셰익스피어 감상(98) '하나의 공통된 성질'

글쓴이 kilshi 2006-10-15 10:50:30, 조회 : 1,518 ‘먼지에 싸인 황금보다는 황금빛 나는 먼지를 더 칭찬하게 마련이지요.’ 참 기발한 생각이 아닌가요? 셰익스피어의 묘미가 바로 이런 데 있는 것 같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고, 나에게 있어서 황금빛 나는 먼지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세요. 하나의 공통된 성질 One touch of nature makes the whole world kin, That all with one consent praise newborn gauds, Though they are made and molded of things past, And give to dust that is a little gilt More laud than gilt o'erdusted...

다시 보는 삼국지(2) ; 싸움의 고수

글쓴이 권오익 2006-10-14 22:29:36, 조회 : 1,978 삼국지 등장인물 중에 싸움을 제일 잘하는 사람이 누군지 그게 그렇게 궁금했다. 한창 그런 얘기에 목숨 걸 시절,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자기가 좋아하는 인물에 대해, 그 인물이 최고라고 핏대들을 올리며 침들을 튀겼다. 근데 이 부문에 있어서는 독자들 마다 판단하는 기준이 달라서 뭐라고 딱 뿌러지게 정답을 도출하기가 힘들다. 다만, 그 와중 에서도 공통으로 인정해주는 인물은 단연 여포(呂布)다. 여포에 관해서는 다들 한수 접어준다. 그 다음부터는 중구난방이다. 관우, 장비, 조운, 마초, 황충등 유비의 5호 대장. 하후돈, 장료, 전위, 허저, 하후연, 조홍등 조조의 장수들. 주태, 감영, 태사자, 여몽을 위시한 손권의 장수들. 솔직히 비..

'사랑 시 (Love Poem)' -Robert Bly-

글쓴이 kilshi 2006-10-14 11:50:57, 조회 : 2,064 가을볕이 따스한 조용한 토요일입니다. 볕이 잘 드는 창가에 앉아 이따금 팔랑팔랑 떨어져 내리는 나뭇잎을 바라보며 커피를 한 모금 입속에서 굴려보는 것도 나를 바라보는 좋은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셰익스피어와 함께하는 세상’에서 ‘사랑 시’ 하나를 보내왔습니다. 따뜻하고 사랑스런 마음으로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낱말 하나하나를 씹으면서…… 사랑 시 (Love Poem) (Robert Bly) When we are in love, we love the grass, And the barns, and the lightpoles, And the small mainstreets abandoned all night. 로버트 블라이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