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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감상(125) '섭리'

글쓴이 kilshi 2007-04-02 21:15:38, 조회 : 946 섭 리 There is special providence in the fall of a sparrow. If it be now, 'tis not to come; if it be not to come, it will be now; if it be not now, yet it will come. The readiness is all. ( Hamlet 5.2.221-224 ) 참새 한 마리가 떨어지는 데도 특별한 섭리가 있는 법이요. 와야 할 때가 지금이라면 앞으로는 오지 않을 것이요, 앞으로 오지 않을 것이면 지금이 그때인 것이요. 때가 지금이 아니라면 언젠가 오기는 할 것이니, 늘 준비가 되어 있으면 되는 것이요. (『햄릿』 5막2장..

셰익스피어 감상(124) '소쩍새인들'

글쓴이 kilshi 2007-03-31 08:29:06, 조회 : 985 3월이 마지막 가는 토요일 아침, 봄비에 촉촉이 젖는 봄날입니다. 전에는 이렇게 새싹이 움틀 때 내리는 봄비를 바라보면 가슴도 젖어들었는데, 지금 삭막하게 느껴지는 것은, 황사 때문인가, 아파트의 회색빛 밀림 때문인가? 나이 때문인가? 소쩍새가 거위들 구구거리는 사이에 살고 있다면, 어떻게든 자기 노래를 알아달라고 피터지게 울어야 하는가? 거위들이 떠나고 조용한 밤이 올 때를 기다려야 하는가? 소쩍새인들 The nightingale, if she should sing by day When every goose is cackling, would be thought No better a musician than the wren. How..

'그대 생의 솔숲에서' -김 용 택-

그대 생의 솔숲에서 김 용 택 나도 봄산에서는 나를 버릴 수 있으리 솔 이파리들이 가만히 이 세상에 내리고 상수리나무 묵은 잎은 저만큼 지네 봄이 오는 이 숲에서는 지난날들을 가만히 내려놓아도 좋으리 그러면 지나온 날들처럼 남은 생도 벅차리 봄이 오는 이 솔숲에서 무엇을 내 손에 쥐고 무엇을 내 마음 가장자리에 잡아두리 솔숲 끝으로 해맑은 햇살이 찾아오고 박새들은 솔가지에서 솔가지로 가벼이 내리네 삶의 근심과 고단함에서 돌아와 거니는 숲이여 거기 이는 바람이여 찬 서리 내린 실가지 끝에서 눈 뜨리 눈을 뜨리 그대는 저 수많은 새 잎사귀들처럼 푸르른 눈을 뜨리 그대 생의 이 고요한 솔숲에서

고향의 봄

글쓴이 kilshi 2007-03-29 21:38:29, 조회 : 1,009 강릉에서 떠나 일원동에서 20년을 살았었습니다. 새봄을 맞고 처음으로 가 보았습니다. 떠난 후에 찾아온 봄은 어쩐지 쓸쓸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모든 나무들이 아직 동면의 늦잠을 즐기고 있을 때, 아파트 입구의 이름 모를 이 나무들만은 언제나처럼 새봄을 빠르게 맞아들여 마음을 들뜨게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운동 코스였던 양재천의 개나리도 지금 그 노오란 그리움을 감추지 않고 발악하듯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고향의 봄

'문득 그대가 그립습니다' -정 다 혜-

글쓴이 kilshi 2007-03-22 14:59:36, 조회 : 1,149 문득 그대가 그리워, 봄 맞으러 남촌으로 갔었습니다. 따뜻하고 화사한 그대의 모습이 나를 반갑게 맞아줄 줄 알았었는데, 방송이 호들갑을 떨었을 뿐, 여기와 별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여기보다는 콧잔등 하나 정도는 빨라서, 쌀쌀한 봄바람 속에서도 광양 매화촌의 매화는 만개하여 그 향기로 그리움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달래 주고 있었고, 화개장터 시골 아낙들의 바구니에도 파릇파릇한 봄 싹들이 아픔처럼 꼿꼿이 담겨 있었습니다. 여기서 얌전하게 민들레 홀씨가 그리움처럼 날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좋을 뻔했습니다. 문득 그대가 그립습니다 정 다 혜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렸다는 남녘의 꽃 소식에 뜬금없이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그대 눈빛 처..

'Loss and Gain' -Henry Wadsworth Longfellow-

글쓴이 kilshi 2007-03-18 21:25:06, 조회 : 1,135 우리집의 아마릴리스가 3년째 꽃을 피웠습니다. 보통들 화원에서 사다가 그해 꽃을 보면 버리거나, 관리가 부실하여 꽃을 피우지 못하기 쉬운데, 3년째 피니 대견스럽습니다. 작년까지는 꽃대 두 개에 여덟 송이나 피웠는데, 지난 해 여름에 뭐가 부족했었는지 금년엔 꽃대 하나에 꽃도 세 송이밖에 피우지 못했습니다. 수는 적지만 그 폭발하는 열정은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불타오릅니다. 이번 꽃이 지고 나면 정성을 들여 내년에 많은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해야겠지요. Loss and Gain Henry Wadsworth Longfellow When I compare What I have lost with what I have gained, W..

행복을 찾아서(The pursuit of happiness)

글쓴이 kilshi 2007-03-10 21:40:18, 조회 : 2,266 행복을 찾아서(The pursuit of happiness) 추위에 비바람까지 불어 봄 맞으러 나갈 수도 없고, 집 안에 있기도 무료하여 별로 좋아하지 않는 영화를 보기로 하였다. 마음에 드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매표소 앞에 붙어있는 것들이 모두 그렇고 그렇다. 귀찮음을 무릅쓰고 나왔는데, 도로 들어가 봐야 할 일도 없고, 그 중에서 제일 나아 보이는, ‘행복을 찾아서(The pursuit of happiness)’를 보기로 하였다. 제목이 너무 진부(陳腐)하여, 뻔한 얘기에 하품이나 하고 앉았지 않을까 주저했다. 그렇지만 어쩌랴! 도중에 배고프면 끝나기도 전에 나와 버리게 될지도 몰라 미리 배도 채우고. 그런데 뜻밖에 도랑..

'새내기' -백 윤 기-

글쓴이 kilshi 2007-03-09 09:43:47, 조회 : 1,033 새내기 -백윤기- 언제부터 새내기란 말이 나왔는지 잘 모르겠지만, 풋풋하고 깜찍한 느낌을 주는 말이어서 듣기가 좋습니다. 그 말이 나오기 전에 우리들은 초년병, 햇병아리, 신출내기 그런 말을 들었는데, 무시하고 얕잡아보는 듯해 듣기에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특히 나는 다른 사람보다 어린 나이에 교단에 섰기 때문에 그 말을 자주 들었고, 그래서 더욱 듣기 싫어, 일부러 어른스러워지려고 애썼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새내기란, 나이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에 첫발을 들여놓은 사람을 말하는 것인데, 늘 새로운 세상을 찾아가 새내기가 되는 사람이 앞서가는 사람이고, 자꾸 새내기가 되어야 삶을 젊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옛날로 되돌아갈 ..

'그대 앞에 봄이 있다' -김 종 해-

글쓴이 kilshi 2007-03-08 20:06:12, 조회 : 1,016 어제, 오늘, 다시 겨울이 돌아온 듯하였습니다. 꽃샘추위 정도가 아니라,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듯, 자연도 거꾸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눈보라가 아무리 기승을 부린다 해도, 세상을 뒤집으려 발버둥쳐도 거꾸로 돌아가는 일이란 없겠지요. 순리대로 봄은 오고 있고, 꽃 필 차례는 바로 눈앞에 다가와 있습니다. 그 차례가 그대 앞에 와 있습니다. 당신은 지금 그 차례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봄을 맞이할, 꽃을 안아 들일 만반의 준비를 해 둡시다. 그 좋은 때를, 이 봄을, 이 꽃을, 놓치지 않도록 ‘하이얀 모시 수건에 은쟁반을 …….’ 그대 앞에 봄이 있다 김 종 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