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9.이전) 자유게시판

'그대 생의 솔숲에서' -김 용 택-

최길시 2021. 10. 5. 09:53

 

그대 생의 솔숲에서

김 용 택

나도 봄산에서는

나를 버릴 수 있으리

솔 이파리들이 가만히 이 세상에 내리고

상수리나무 묵은 잎은 저만큼 지네

봄이 오는 이 숲에서는

지난날들을 가만히 내려놓아도 좋으리

그러면 지나온 날들처럼

남은 생도 벅차리

봄이 오는 이 솔숲에서

무엇을 내 손에 쥐고

무엇을 내 마음 가장자리에 잡아두리

솔숲 끝으로 해맑은 햇살이 찾아오고

박새들은 솔가지에서 솔가지로 가벼이 내리네

삶의 근심과 고단함에서 돌아와 거니는 숲이여

거기 이는 바람이여

찬 서리 내린 실가지 끝에서

눈 뜨리

눈을 뜨리

그대는 저 수많은 새 잎사귀들처럼 푸르른 눈을 뜨리

그대 생의 이 고요한 솔숲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