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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그대가 그립습니다' -정 다 혜-

최길시 2021. 10. 5. 09:31
글쓴이 kilshi 2007-03-22 14:59:36, 조회 : 1,149

 

 

문득 그대가 그리워, 봄 맞으러 남촌으로 갔었습니다. 따뜻하고 화사한 그대의 모습이 나를 반갑게 맞아줄 줄 알았었는데, 방송이 호들갑을 떨었을 뿐, 여기와 별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여기보다는 콧잔등 하나 정도는 빨라서, 쌀쌀한 봄바람 속에서도 광양 매화촌의 매화는 만개하여 그 향기로 그리움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달래 주고 있었고, 화개장터 시골 아낙들의 바구니에도 파릇파릇한 봄 싹들이 아픔처럼 꼿꼿이 담겨 있었습니다.

여기서 얌전하게 민들레 홀씨가 그리움처럼 날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좋을 뻔했습니다.

 

 

문득 그대가 그립습니다

정 다 혜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렸다는

남녘의 꽃 소식에

뜬금없이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그대 눈빛

처음 마주치던 날

그 날도 약속처럼 봄꽃이 피었었지요.

 

산 넘고 강을 건너

쉬임없이 가던 길

쏟아지는 그리운 향기

아득한 혼절이었습니다.

 

이제 짧고 긴 이별의 상처로 얼룩진

세월의 고랑을 메우고

겨우내 쌓인 원망과 미움은

민들레 홀씨로 날려 보내렵니다.

 

멀리 있어도 가까운

내 삶을 환희에 떨게 하는 이

어느 세월 자락에서

우리 다시 만날까

 

오늘처럼 꽃 핀 날

앞 다퉈 전해오는 봄소식은

풋보리처럼 풋풋한데

문득, 그대가 그립습니다.

 

 

남도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