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9.이전) 자유게시판 1598

스승님 감사합니다.

글쓴이 강상제자 올림 2007-05-14 15:32:04, 조회 : 1,321 몇 날 며칠을 고민했습니다. 제 이름은 뭐고, 어느 학교 몇 년도 졸업생이라는 것을 밝혀야 하는지를 말입니다. 우연히 스승님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다가, 어느 제자의 글을 보시고 얼굴을 떠올리시는 선생님의 댓글을 읽어본 적이 있기에, 저야 물론 반가운 마음이지만 제자를 몰라보실 수 있는 선생님의 안타까운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지난주는 먼저 선생님의 “행복을 얻은 공부 이야기”를 인터넷 주문을 하고 오늘 오전에 배달 받아 든 순간 설렘으로 짬을 내어 선생님의 추억과 양식을 음미하고 있습니다. 제가 선생님의 가르치심에 유명한 소설가나 기타 문학가가 된 것은 아니지만, 저는 선생님이야말로 진정한 스승님이라고 동기들이나 아니면 사회에서 ..

'자 비' -이 경-

글쓴이 kilshi 2007-05-13 11:16:02, 조회 : 1,002 자 비 이 경 잘 썪어 부드러운 흙에 골을 내어 눈이 빨간 무씨를 놓고 재를 지내는 마음으로 흙을 덮는다. 까치가 쏘물다고 잔소리를 한다 우리가 가고나면 내려와 솎아 먹을 것이다. 씨를 묻고 내려온 뒷날 밤 마침맞게 천둥번개 치고 봄비 내린다 이건 썩 잘 된 일이다. 봄비가 씨앗 든 밭을 측은 측은 적시는 일만큼 크고 넉넉한 자비를 본 적이 없다. 모종을 얻은 밭의 기쁨이나 밭을 얻은 모종의 기쁨이 막상막하라 심어놓고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은 저만치 물러서야 한다. 토질 좋은 밭에, 우량하고 영근 씨앗을 심고, 알맞은 바람과 비에 정성이 곁들이면 그 싹은 한 치의 어김이 없이 바라는 대로 잘 자란다. 그 어느 것 하나라도 차지 않..

풋, 사랑입니다. -유 하-

글쓴이 kilshi 2007-05-11 13:55:09, 조회 : 1,479 풋, 사랑과 같은 풋풋한 5월 초순입니다. 힘이 솟아오를 것 같은 5월이 된다고 들뜨던 날이 엊그젠데 벌써 한 마디가 간 데 없이 뚝 잘려 나갔습니다. 일에 매달려 바삐 돌아가다보면 계절도, 세월도, 사랑도, 나 자신도 미처 느껴 보지도, 생각하지도 못한 채 지나가 버려 허무와 아쉬움만 남습니다. 바쁜 일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별 수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한가로이 나비 날아가듯 지나가는 것들을 어쩌지 못하고 그냥 뻔히 바라보기만 하는 것은 안타까움을 넘어 아픔입니다. 그것들을 꼭꼭 잡아 속 후련하게 주무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습니다. 그게 인생입니다. 풋, 사랑입니다. 유 하 새가 깃드는 저녁입니다 ..

셰익스피어 감상(132) '축복 받은 사람'

글쓴이 kilshi 2007-05-08 12:39:57, 조회 : 955 이 세상 모두가 축복받은 것 같고 즐거워하는 것 같은 이 오월이, 비록 나에게만 힘들게 하는 것 같다 할지라도, 햄릿의 이 구절을 음미하면서 축복받은 사람으로 생각하며 묵묵히 긍정하며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오월도 누구에게나 언제나 꼭 같은 오월이 아닌 것을……. 축복 받은 사람 thou hast been As one, in suff'ring all, that suffers nothing, A man that Fortune's buffets and rewards Hast ta'en with equal thanks; and blest are those Whose blood and judgment are so well commeddled..

셰익스피어 감상(131) '최상의 상태에서'

글쓴이 kilshi 2007-04-30 18:14:08, 조회 : 916 정운찬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은 올바른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그의 학식과 인품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세태가 아깝고 안타깝지만, 학문쪽 정신적 지주로 남아있는 것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학자가 오물통과 같은 우리나라의 정치판에 뛰어들어 정치지도자로 성공하기는커녕 여태 이룩해 놓은 품위 유지조차 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상의 상태에서 The lamentable change is from the best, The worst returns to laughter. (King Lear 4.1.5-6) 최상의 상태에서 변화가 생기는 것은 서글픈 일이나 최악에 달한 비극은 웃음으로 되돌아오는 법이라오. (『리어왕』4막1장 5-6행)

'내 사랑은' -송 수 권-

글쓴이 kilshi 2007-04-29 15:36:10, 조회 : 1,014 잔인하다는 4월도 내일로 마지막 갑니다. 잔인하였더라도, 가슴 아픈 추억이 있었다 할지라도 마지막이라는 말에는 어쩐지 숙연해집니다. 지난 가을 모든 상념들을 떨쳐버리고 생을 마감한 낙엽들을 의리없이 밀쳐내고, 다시 살아야겠다고 발악하며 솟아오른 싹들은 이 4월에 새로운 삶으로 자리를 잡은 듯합니다. 여러분은 4월을 어떻게 보냈습니까? 내 사랑은 송 수 권 저 산마을 산수유 꽃도 지라고 해라 저 아랫뜸 강마을 매화꽃도 지라고 해라 살구꽃도 복사꽃도 앵두꽃도 지라고 해라 하구 쪽 배 밭의 배꽃들도 다 지라고 해라 강물 따라가다 이런 꽃들 만나기로서니 하나도 서러울 리 없는 봄날 정작 이 봄은 뺨 부비고 싶은 것이 따로 있기 때문 저..

용인 '빛의 축제' 개막

글쓴이 kilshi 2007-04-28 22:58:07, 조회 : 1,171 엎어지면 코 닿을 데 있다고 얼쩡거리다가, 불꽃 폭죽 소리에 놀라 나가긴 했는데 현장에 도달하자마자, 불꽃놀이는 끝나버렸다. 평소에 조용하고 한적하기만 하던 이곳에 어디서 빠져나왔는지, 거짓말 조금 보태서 발 들여놓을 틈이 없이 사람물결이다. 가수들의 공연은 아예 얼굴을 들이밀 생각을 접고, 호수를 한 바퀴 돌며 사람들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음악과 함께 분수쇼하는 것을 보다가 들어왔다. 이 산골을 이렇게 멋지게 개발해서 이런 근사한 이벤트를 기획한 용인시장께 존경과 치하를 보낸다.

봄밤의 빛의 축제

글쓴이 kilshi 2007-04-28 00:02:23, 조회 : 1,115 1545. 4. 28은 이충무공이 출생한 날이고, 1969. 4 .28은 현충사 중건이 준공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내일(4.28) 우리집 근처 호수공원에서는 용인시가 주최하는 ‘빛의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저녁에 애들과 우연히 나갔다가, 호수 안에 설치된 분수가 음악에 따라 조명과 어울려 춤을 추는 예행연습을 보았다. 오랜만에 보는 분수쇼이기도 하지만 제법 흥분시킬 정도로 멋이 있었다. 간이역에서 잠시 쉬어 가려고 엉겹결에 동백에 머물렀는데 보따리 제대로 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5월 27일까지 한 달 동안 한다는데, 지금 호수 둘레에 진달래도 한창이어서 봄을 만나려면 낮이 좋을 것이고, 수십만 개의 꼬마전등 장식, 불꽃놀이..

'그리운 이 그리워' -오 세 영-

글쓴이 kilshi 2007-04-26 09:28:29, 조회 : 1,094 이내 낀 봄날은 그리움이다. 한적한 완행열차의 우수에 찬 차창에 기대어 그리움을 찾아가는 그리움. 창밖을 내다보며, ‘과거로 가는 열차를 타고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가는 사람’을 상상해 보는 것도 잃어버린 세월에의 가슴 젖는 일이다. 전남 무안, 신안 선거 결과를 보고, 정의의 심판과 우리나라 세태의 흐름이 엇갈려 참 씁쓸한 아침이다. 그리운 이 그리워 오 세 영 그리운 이 그리워 마음 둘 곳 없는 봄날엔 홀로 어디론가 떠나 버리자. 사람들은 행선지가 확실한 티켓을 들고 부지런히 역구를 빠져 나가고 또 들어오고, 이별과 만남의 격정으로 눈물짓는데 방금 도착한 저 열차는 먼 남쪽 푸른 바닷가에서 온 완행. 실어 온 동백꽃잎들을 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