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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은' -송 수 권-

최길시 2021. 10. 5. 11:37
글쓴이 kilshi 2007-04-29 15:36:10, 조회 : 1,014

 

 

잔인하다는 4월도 내일로 마지막 갑니다. 잔인하였더라도, 가슴 아픈 추억이 있었다 할지라도 마지막이라는 말에는 어쩐지 숙연해집니다. 지난 가을 모든 상념들을 떨쳐버리고 생을 마감한 낙엽들을 의리없이 밀쳐내고, 다시 살아야겠다고 발악하며 솟아오른 싹들은 이 4월에 새로운 삶으로 자리를 잡은 듯합니다. 여러분은 4월을 어떻게 보냈습니까?

 

 

내 사랑은

송 수 권

저 산마을 산수유 꽃도 지라고 해라

저 아랫뜸 강마을 매화꽃도 지라고 해라

살구꽃도 복사꽃도 앵두꽃도 지라고 해라

하구 쪽 배 밭의 배꽃들도 다 지라고 해라

강물 따라가다 이런 꽃들 만나기로서니

하나도 서러울 리 없는 봄날

정작 이 봄은 뺨 부비고 싶은 것이 따로 있기 때문

저 양지 쪽 감나무 밭 감잎 움에 햇살 들치는 것

이 봄에는 정작 믿는 것이 있는 때문

연초록 움들처럼 차오르면서, 햇빛에도 부끄러우면서

지금 내 사랑도 이렇게 가슴 두근거리며 크는 것 아니랴

감잎 움에 햇살 들치며 숨 가쁘게 숨 가쁘게

그와 같이 뺨 부비는 것, 소근거리는 것.

내 사랑 저만큼의 기쁨은 되지 않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