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9.이전) 자유게시판 1598

셰익스피어 감상(74) '원, 세상에!'

글쓴이 kilshi 2006-07-20 09:32:08, 조회 : 1,657 나는 맹자(孟子)의 성선설(性善說)을 더 믿는 쪽이다. 태어날 때의 순진무구(純眞無垢)함이 자라면서, 욕망과 속된 세태가 알랑한 지능과 야합하여 점점 때를 묻혀 가는 것이다. 그것을 억제하고 정화하는 역할을 개인의 양심과 교육과 종교가 해야 하는데, 그게 별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 같다. 그것도 결국은 인간의 교묘한 지능과 이중성 때문일 것이다. 원, 세상에! O, what a world is this, when what is comely Envenoms him that bears it! (As You Like It 2.3.14-15) 원, 세상 돌아가는 꼴이라니! 좋은 품성이 도리어 그것을 지니고 있는 사람에게 해로운 독이..

강릉 이야기(4); 학산과 성산.

글쓴이 권오익 2006-07-19 19:51:19, 조회 : 2,848 강릉 얘기 하면서 鶴山과 母山 그리고 城山 얘기 안하면 마치 앙꼬 없는 찐빵처럼 허접하기 이를데 없죠. 왜 그런지는 강릉사람에게 물어보면 압니다. 학산과 성산은 단순한 동네 지명이 아닙니다. 산자와 죽은 자, 양택과 음택으로 대비되는 묘한 곳입니다. 상반된 이미지 이면서도 양과 음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아주 흥미로운 곳입니다. 강릉에서는 ‘생거모학산,사거성산(生居母鶴山 死居城山)’ 이란 말이 있죠. 머 강릉사람이라면 다 압니다. 그냥 쉬운 말로 학산과 모산은 집터가 좋고 성산은 묘자리가 좋다, 라는 얘기죠. 학자들의 얘기에 의하면 모산과 학산은 우리나라 촌락형성의 전형적인 요소인 ‘배산 임류’ 형으로 풍수학상 연구가치가 높은 곳이라고 ..

셰익스피어 감상(73) '잔이 넘치도록'

글쓴이 kilshi 2006-07-19 09:26:13, 조회 : 1,769 엊저녁엔 내가 배울 것이 있어 분당중엘 갔었습니다. 장맛비의 끄트머리에 부슬부슬 내리는 비는 어쩐지 청승맞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퇴근하지 않은 선생님들이 많이 있다고 하여 교무실에 들렀는데, 생각과는 달리 따뜻한 반가움보다는 서먹한 서늘함이 느껴졌습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인간의 감정이 본래 이런 것인가? 그리고 여러 사람들과 ‘잔이 넘치도록’ 기쁨을 마셨습니다. 멀리에서까지 나를 만나러 와 준 사람도 있어 잔잔한 감격이었습니다. 멀리 산구름 걷히는 산허리를 내다보며 잠시 옛 생각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흥도 즐거웠습니다. 이태백 같았으면 멋진 ‘將進酒’歌라도 하나 뽑았음직한 순간이었습니다. 모두에게 고마..

셰익스피어 감상(72)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때'

글쓴이 kilshi 2006-07-18 08:56:10, 조회 : 1,720 매년 한 차례씩 겪는 장마지만 금년 장마가 유난히 모질다는 생각이 든다. 태풍과 겹치지도 않았는데 홍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이다. 옛날에는 예년에 없던 천재지변이 일어나면, 왕이 자신의 부덕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하야하기도 했다던데, 과학의 발달로 그런 일은 없어졌다. 많은 의미를 담은 문장일 것 같은데, 앞뒤의 내용을 모르니 멋쩍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명문장이란 많은 의미와 느낌을 내포하고 있어 읽을수록 깊은 맛이 느껴져야 한다. 문득, ‘혹시 영문으로서는 그런 것인데, 우리말로 번역하다보니 너무 직설적으로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때 And when I love thee no..

셰익스피어 감상(71) '법의 심판'

글쓴이 kilshi 2006-07-17 10:23:33, 조회 : 3,068 나라 전체가 물난리에 소용돌이치고 있다. 천재지변이야 어찌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있으랴만, 방송을 듣다보면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간의 부주의와 간교함에서 생긴 것이라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것도 많다. 그리고 그 피해자들은 항상 힘없고 말없는 사람들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기 과신이나 자기 공(功)만 드러내려고 하는 말장난꾼보다, 이런 것을 제대로 보살필 수 있는 인간적 양심을 가진 지도자가 필요한 것이다. 나는 한 때, 법만 잘 만들어져 있다면 사람이 살아가는 데 아무 불편, 불안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법을 좀 들쳐보면, 인간이 살아가는 데 이렇게 시시콜콜히 많은 법이 있어야 하나, 하고 의아할 정도다. 그런..

'청포도(靑葡萄)' -李陸史-

글쓴이 kilshi 2006-07-16 07:47:23, 조회 : 2,666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어휘 중에 하나가 ‘청포도(靑葡萄)’이고, 7월이면 그 청포도가 생각나게 하는 시가 있다. 어렸을 때에는 청포도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 어휘는 실물로서보다 글에서 먼저 접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은 청포도(靑葡萄)하면 ‘속살까지 들여다보일 듯한 맑고 투명한 연초록의 색깔과, 스치기만 해도 소리가 날 듯한 탄력있는 알알의 모습’이 떠오르지만, 이 어휘를 처음 접했을 때에는 그 모양을 상상하며 아름답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청포도는 먹는 것보다 보는 것이 더 맛이 있다. 청포도(靑葡萄) 李陸史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

'그대와 나' -Henry Alford-

글쓴이 kilshi 2006-07-15 11:37:33, 조회 : 2,165 이 시를 읽으며 여러분은 무엇을 생각하게 됩니까? 비 쏟아지는 토요일 오후,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낮잠을 자거나 소줏잔을 기울이는 것도 좋겠지만, 이 시를 몇 번이고 읽어보며 나란 존재와 삶, 그리고 내 주위를 진솔한 마음으로 돌아보는 것도 좋은 시간이 되지 않을까요? You and I Henry Alford We ought to be together - you and I; We want each other so, to comprehend The dream, the hope, things planned, or seen, or wrought. Companion, comforter and guide and friend,..

셰익스피어 감상(70) '간결함은'

글쓴이 kilshi 2006-07-14 08:53:30, 조회 : 1,870 ‘간결이 지혜의 정수’라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이해력이 부족하거나 지능이 떨어지는 사람, 남의 의견에 귀 기울이려고조차 하지 않는 자기도취형의 인간들에게는 간결보다는 '장황'이 더 효과적이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점점 더 ’장황‘에 힘이 실려 가는 것 같다. 이렇게 나아가다 보면 말없는 다수는 뒤로 숨어들고, 말 많은 소수의 궤변자가 세상을 휘저어, 세상은 시끄러워지고, 역사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겠는가? 금요일! 일주일 중에 토요일이 가장 즐겁던 시대에서 금요일이 가장 즐거운 시대로 바뀌었다. 일본은 내가 돌아오던 1996년부터인가 주 5일제가 시행되어 그 맛을 보지 못했었는데, 2001년 홍콩에..

셰익스피어 감상(69) '죄 없는 사람도'

글쓴이 kilshi 2006-07-13 09:03:08, 조회 : 1,730 적어도 사람들이 보기엔 전혀 죄가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가끔 뜻밖의 변을 당하는 것을 볼 때마다, 우연히 당한 사고라고 생각하기 전에, 그게 ‘운명’이라느니, ‘인과응보’거나 ‘전생의 연’이라거니, 또는 ‘신(神)의 조화이거나 장난‘이라고 믿는다. 그런 때문에 신을 믿고 의지하며, 종교가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어젯밤에는 천둥 번개가 치며 비도 제법 쏟아졌다. 어릴 때는 줄기차게 쏟아지는 장대비 소리에 공연히 가슴 두근거리다가, 천둥 번개에 깜짝깜짝 놀라며 겁나 했었는데, 그것도 이력이 났는가 그저 무덤덤하다. 자연현상의 신비가 점점 당연하게 느껴진다는 것은, 이 자연을 떠날 시기가 가까워 온다는 의미일 것이다. 죄 없는 사람..

강릉 이야기(3); 강릉사람들의 계(契) 문화.

글쓴이 권오익 2006-07-12 20:45:21, 조회 : 2,262 혈연과 학연을 중시하는 강릉사람들이다보니 자연히 모임이 많습니다. 이 부분은 확실하게 전국최고일겁니다. 강릉의 영향으로 위으로는 양양, 고성까지 또 남으로는 동해,삼척, 심지어 경상도 울진까지 그 영향이 미쳐 그쪽 사람들도 모임이 활발합니다. 왜 강릉사람들이 모임을 좋아하고 또 지속하는지는 연구대상입니다. ㅎ 모임의 종류도 다양 합니다. 집안 형제, 며느리 사위까지 포함하는 남매계. 각종 출신학교 동창회.반창회. 부부가 함께 모이는 부부계. 출신동네끼리 모이는 동네계. 같은 직종끼리 모이는 친목계. 같은 해에 태어난 동갑계. 같은 아파트 통로끼리 모이는 통로계. 자녀들 학교끼리 모이는 자모계. 심지어 그냥 이유없이 모여서 잡담을 나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