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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감상(73) '잔이 넘치도록'

최길시 2021. 10. 2. 10:06
글쓴이 kilshi 2006-07-19 09:26:13, 조회 : 1,769

 

엊저녁엔 내가 배울 것이 있어 분당중엘 갔었습니다. 장맛비의 끄트머리에 부슬부슬 내리는 비는 어쩐지 청승맞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퇴근하지 않은 선생님들이 많이 있다고 하여 교무실에 들렀는데, 생각과는 달리 따뜻한 반가움보다는 서먹한 서늘함이 느껴졌습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인간의 감정이 본래 이런 것인가?

그리고 여러 사람들과 ‘잔이 넘치도록’ 기쁨을 마셨습니다. 멀리에서까지 나를 만나러 와 준 사람도 있어 잔잔한 감격이었습니다. 멀리 산구름 걷히는 산허리를 내다보며 잠시 옛 생각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흥도 즐거웠습니다. 이태백 같았으면 멋진 ‘將進酒’歌라도 하나 뽑았음직한 순간이었습니다.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셰익스피어와 함께 하는 세상’에서 딱 맞는 글을 보내주어 그야말로 Good timing입니다.

 

 

잔이 넘치도록

 

Give me some wine, fill full.

I drink to th' general joy o'th' whole table.

(Macbeth 3.4.88-89)

 

잔이 넘치도록 술을 따라라.

식탁에 오신 모든 손님의 기쁨을 위해 나는 술을 드노라.

(『맥베스』3막4장 88-89행)

 

 

將進酒(장진주=술잔을 받으시라

李白

 

君不見                그대 모르는가?

黃河之水天上來   황하의 물 하늘에서 내린다네

奔流到海不復回   한번가면 다시 못올길 바쁘게도 흐르누나

君不見                 그대 모르는가?

高堂明鏡悲白髮   고귀한 이도 거울에 비췬 흰머리 서럽고

朝如靑絲暮成雪   아침에 검던머리 저녁엔 눈같이 희니

人生得意須盡歡   뜻은이뤄 뭣하려오 그냥 즐겁게 사시구려

莫使金樽空對月   공연히 잔채워 빈달(空月)에 권하지마오

天生我材必有用   하늘이 내게 재주 주심은 쓸데가 있을것

千金散盡還復來   풀어헤친 千金도 다시돌아 온다네

烹羔宰牛且爲樂   소잡고 양 삶은 즐거운 잔치

會須一飮三百杯   어서 모여 삼백잔씩 마셔봅시다

岑夫子                잠선생

丹丘生                단구선생

與君歌一曲         그대들과 더불어 노래한곡 부르리니

請君為我傾耳聽   날위해 귀기우려 들으시라

鐘鼓饌玉不足貴   富하고 호사함이 귀한게 아니라오

但願長醉不用醒   원컨대 길이 취해 깨어나지 말지니

古來賢達皆寂寞   옛부터 성공한자 적막속에 사라지고

惟有飮者留其名   오히려 마시고 취한자 그이름 빛났느니

陳王昔時宴平樂   옛날 진왕이 평락에서 잔치을 베플때

斗酒十金恣歡謔   한말술에 만금 주고 즐기였다네

主人何爲言少錢   주인은 어찌 돈없단 째째한 말뿐이신가

徑須沽酒對君酌   잠시만 기다리시라 내 술사오리니

五花馬                오화마도 있고

千金裘                천금구도 있느니

呼兒將出換美酒   아희불러 빨리가서 좋은술 바꿔오시라

與爾同銷萬古愁   더불어 만고의 시름 술에 녹여 보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