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kilshi | 2006-07-16 07:47:23, 조회 : 2,666 |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어휘 중에 하나가 ‘청포도(靑葡萄)’이고, 7월이면 그 청포도가 생각나게 하는 시가 있다. 어렸을 때에는 청포도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 어휘는 실물로서보다 글에서 먼저 접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은 청포도(靑葡萄)하면 ‘속살까지 들여다보일 듯한 맑고 투명한 연초록의 색깔과, 스치기만 해도 소리가 날 듯한 탄력있는 알알의 모습’이 떠오르지만, 이 어휘를 처음 접했을 때에는 그 모양을 상상하며 아름답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청포도는 먹는 것보다 보는 것이 더 맛이 있다.
청포도(靑葡萄)
李陸史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문장(193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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