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kilshi | 2006-07-17 10:23:33, 조회 : 3,068 |
나라 전체가 물난리에 소용돌이치고 있다. 천재지변이야 어찌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있으랴만, 방송을 듣다보면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간의 부주의와 간교함에서 생긴 것이라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것도 많다. 그리고 그 피해자들은 항상 힘없고 말없는 사람들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기 과신이나 자기 공(功)만 드러내려고 하는 말장난꾼보다, 이런 것을 제대로 보살필 수 있는 인간적 양심을 가진 지도자가 필요한 것이다.
나는 한 때, 법만 잘 만들어져 있다면 사람이 살아가는 데 아무 불편, 불안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법을 좀 들쳐보면, 인간이 살아가는 데 이렇게 시시콜콜히 많은 법이 있어야 하나, 하고 의아할 정도다.
그런데 법이 아무리 세세하게 잘 만들어져 있다고 해도 그것이 바르게 집행되지 않으면 법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날이 갈수록 실감하게 되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말이 이 훤한 세상에도 공공연히 돌아다니고, 같은 사건에 대하여 다른 판결이 내려지는 것도 종종 볼 수 있는가 하면, 어떤 것은 일반 상식으로도 말이 안 되는 법 집행을 본다.
일반 사람들은 용어조차도 알기 어려운, 두툼한 책이 몇 권인지조차 알 수 없이 많은 법이 만들어져 있는 데도 분쟁은 끊이지 않는다. 그뿐 아니다. 법만 그렇게 많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무슨무슨 령(令)이니, 무슨무슨 규정(規定)이니, 규칙(規則)이니 하고 머리가 아플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래도 인간의 간교함이란 그 법, 규정의 틈새를 요리조리 잘도 비집고 미꾸라지처럼 빠져 다닌다. 아래 글을 보더라도 법의 맹점이 훤히 들여다보이니까.
그런 거 다 없이, 간단한 기본법 몇 줄과, 인간 본연의 양심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란 꿈도 꾸어볼 수 없는 것일까?
법의 심판
What's open made to Justice,
That Justice seizes. What knows the laws
That thieves do pass on thieves?
(Measure for Measure 2.1.21-23)
무릇 재판이라는 것은 드러나 법에 걸린 일만을
취급하는 것이오. 도둑이 도둑한테 선고를 하더라도
그것은 법률이 알 바 아니오.
(『자에는 자로』2막1장 21-23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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