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842

추억여행

글쓴이 kilshi [홈페이지] 2019-07-22 09:26:49, 조회 : 562 태풍 '다나스' 올라오는 날 추억여행은 비바람에 젖었다. 처음으로 문패 달았던 노암동 그 집은 간 곳 없고 일대에 소문나 유명하던 '차돌바위 샘물'은 물어도 물어도 아는 이 없는데 어쩌다 만난 파뿌리 노파가 가르쳐 준 곳에는 막다른 골목에 표지조차 없다. 내 꿈을 세웠을 터엔 성당이 들어서 있고 1978년 만났다 1987년 헤어진 강릉고등학교 터엔 운동장만 옛모습으로 반기는데 식목일에 심었던 '히말라야시타'가 울울창창 늠름하여 만감으로 누른다. 옛날 교정을 지키고 앉았던 '생각하는 사람'은 이젠 초당으로 건너가 여전히 생각에 잠겨 비를 맞고 있었다.

영월 주천 '젊은 달' 개관

글쓴이 kilshi [홈페이지] 2019-06-15 11:55:49, 조회 : 526 속이 썩은 줄 모르고 번드레한 겉만 보고 믿고 매달렸던 가지가 부러지며 곤두박질친 상처의 아픔보다는, 가슴을 통째로 뚫고지나간 배신과 허망이 더 견딜 수 없었다. 파리 목숨 같았던 6.25 전쟁 통에도, ‘눈 뜨고도 코 베어간다’던 악다구니의 5,60년대를 살아오면서도, 말도 원활하지 않고 물정에도 서툰 10년의 해외생활에서도 그런 적이 없었던 어처구니없는 일이었기에 그렇게 황당하고 저주스러울 수 없었다. 어느 지인이 말하기를,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에 그런 일 한번쯤은 당하는 일인데, 당신은 운이 좋아 잘 피해 오다가 뒤늦게 당한 거지요’ 하던 말로 위안을 삼고 묻어버리려고 애를 써 보았지만, 숙취로 속이 뒤집혀 계속..

『우리 선시 삼백 수』를 읽고

글쓴이 kilshi [홈페이지] 2017-03-10 21:17:35, 조회 : 601 留隱仙偶吟(유은선우음) -은선암(隱仙庵)에 머물며 우연히 읊다- 靜觀 一禪(정관 일선) -조선중기스님 1533~1608- 佛在爾心頭(불재이심두) 부처님은 그대들 마음속에 계시건만 時人向外求(시인향외구) 지금 사람들 밖에서만 찾으려하네. 內懷無價寶(내회무가보) 속에 값 매길 수 없는 보물 품고 있으며 不識一生休(불식일생휴) 알지 못한 채 일생을 허비하네. 悟道詩(오도시) 宋나라의 어느 여승 - 終日尋春不見春(종일심춘불견춘) 종일 봄을 찾아다녀도 봄을 보지 못하여 芒鞋踏破嶺頭雲(망혜답파영두운) 짚신 신고 산 머리 구름 위까지 가보았지. 歸來偶把梅花臭(귀래우파매화취) 돌아올 때 우연히 매화 향기 맡으니 春在枝上已十分(춘재지상..

'秋夜獨坐(가을밤 혼자 앉아)' -王維(왕유)-

글쓴이 kilshi [홈페이지] 2017-03-05 09:28:18, 조회 : 652 『우리 선시 삼백 수』를 읽다가, 이런 시가 있음을 알았다. 가을에 올리면 더 좋을 텐데……. 秋夜獨坐(가을밤 혼자 앉아) 王維(왕유) 獨坐悲雙鬢(독좌비쌍빈) : 홀로 앉아 양 쪽 귀밑머리 희어짐을 서글퍼 하노라니 空堂欲二更(공당욕이경) : 빈 집에서 밤 이경(二更)을 맞이하네. 雨中山菓落(우중산과락) : 비 내리는 산 속에 열매 떨어지는 소리 들리고 燈下草蟲鳴(등하초충명) : 등불 아래에는 풀벌레 울음소리 들리누나. 白髮終難變(백발종난변) : 백발은 검게 변하기 어렵고 黃金不可成(황금불가성) : 황금(黃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欲知除老病(욕지제로병) : 늙고 병드는 것을 없애고자 한다면 唯有學無生(유유학무생) : 오..

돈오돈오(頓悟豚烏)

글쓴이 kilshi [홈페이지] 2019-05-15 08:40:27, 조회 : 522 정규완 군(강고18기 2-6)이 책을 보내왔다. '돈오돈오(頓悟豚烏)' 제목도 처음 듣는 말이고, 몇 장 들쳐 보아도 심상치 않은데... 도대체 저자 박황재형이 어떤 사람? 인터넷 검색하였더니 강고 18기란 글자가 커다랗게 뜬다. 18기라면 내가 일본 가기 전 해(그러니까 1979년, 퇴근 후엔 내 일본어공부에 전념하던 때) 가르쳤던... 혹시 내가 담임했던 사람은 아닐까? 아무리 머릿속을 뒤집어봐도... 담임했던 사람이라면 꼭 만나보고 싶었다. 책에 얼핏얼핏 나타난 그의 철학을 듣기 위해서라도. 정군에게 알아봐 달라고 했다. 2-8이었다네. 내가 수업도 4,5,6반 담당했으니, 내 수업을 들은 사람도 아니고. 안도랄까..

북한산 우이령 계곡의 봄

글쓴이 kilshi [홈페이지] 2019-04-14 07:03:44, 조회 : 525 북한산 둘레길 21코스 우이령길. 우이령에 붙은 '령'은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넘어갈 때 산능성을 가로지르는 고갯길 중에서 격이 높은 고갯길에 붙는 이름이다. 미시령, 한계령, 대관령 같이 백두대간에서나 볼 수 있는 이름이다. 경기도 양주와 서울을 이어주는 가장 짦은 길인 우이령은 숱한 역사가 지나간 길입니다. 병자호란때는 청나라가 공물을 뺴앗아가던 길이었고, 불교를 배척했던 조선시대에는 도성의 사대문을 드나들 수 없었던 승려들이 몰래 지나가던 길이었습니다. 1968년 1월 21일 무장공비 침투사건으로 출입이 금지되었다가 '청와대 무장공비 침투사건'(일명 김신조사건) 이후로 41년동안 사람들의 출입을 막았던 우이령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