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일 서정(夏日抒情) -여름 한낮의 교정- 교사가 떠나갈 듯 소란하던 소리들 온종일 들썩이던 생동하던 활기들 모두들 산으로 바다로 보내고 불볕 아래 잠 든 교정(校庭). 바람은 잦아들어 풀잎 하나 까딱 않고 운동장은 속살 드러낸 채 은밀히 누워있다 한순간 세상이 혼절(昏絶)한 듯 시간도 멎은 듯. 일하던 개미들도 자취를 감추었고 절규하던 매미는 울다 지쳐 잠들었다 불현듯 비행음 한줄기 졸리운 정적(靜寂)을 깨운다. ☆. 무섭도록 쓸쓸한 삶의 고독에 휩싸일 때가 있지요. 이 세상에 혼자 내동댕이쳐진 듯한 알 수 없는 두려움. 삼복 중의 한낮, 시골 학교 당직. 이 세상에 나 혼자뿐인 것 같았습니다. 활짝 열어놓은 창밖은 붉은 태양에 점령당한 듯. 운동장은 어제 내린 소나기에 하얗게 삼베로 염을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