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kilshi [홈페이지] 2021-06-24 08:37:56, 조회 : 164 벼루의 변 가지런히 누워있는 벼루들은 한결같이 묵묵히 말이 없었다. 오랜 세월 동안 수도 없는 갈림을 견디면서 안으로 안으로 켜켜이 쌓아두었을 그 말을 듣고 싶었다. 우리 세대의 주 필기구는 심에 침을 발라야 잘 써지는 연필과 잉크를 찍어 쓰는 펜이었다. 그래서 학생들의 책가방은 대부분 엎질러진 잉크로 얼룩져 있기 마련이었다. 만년필이 있었지만 웬만해선 가져보기 어려운 고급 물건이었다. 그 이전에는 먹을 갈아 붓으로 글을 쓰고 기록했던 모양으로, 우리 국민학교 때까지도 습자시간이라는 게 있어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구하기 쉽지 않은 신문지를 구하느라, 무거운 벼루를 들고 가야 하는 번거로움에 귀찮게 느껴졌고 별로 재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