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9.이전) 자유게시판 1598

보재맞이

글쓴이 이순원 2016-08-21 11:36:27, 조회 : 721 선생님, 아직 덥지만 그래도 지난주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습니다. 선생님도 강릉말 중에 라는 말 아시지요? 글을 쓰는데 갑자기 옛날 어머니들이 쓰던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그래서 제 예전 국어선생님께 말씀드립니다. 어원이야 따로 있겠지만, 다른 지역 사람들은 모를 것 같아서 아래처럼 각주를 달아 설명했습니다. 보재맞이: 장례나 혼사를 치른 다음 애쓴 집안사람들과 동네 사람들(때로는 큰일에 금전적 도움을 준 상포계 혹은 혼인계 계원들)을 위해 음식을 마련해 감사드리는 자리. 대개 여자들만 따로 불러 작은 잔치처럼 흥겨운 시간을 갖는다.

'삶의 층계' -이우종-

글쓴이 kilshi [홈페이지] 2016-08-19 11:24:55, 조회 : 608 삶의 층계 물비늘 반짝이는 유년의 강둑에선 발꿈치 들어가며 몇 번이고 키를 쟀지 어려선 내일을 업고 무럭무럭 자랐단다. 새벽을 문신하는 산마루에 올라 앉아 큰 소리 질러가며 눈썹을 휘날렸지 젊어선 오늘을 업고 거드름을 피웠단다. 기우뚱 흔들리는 저녁 해를 바라보며 그 많은 추억들의 빗장을 열어놨지 늙어선 어제를 업고 그럭저럭 사는 거다. ―이우종(1925~1999) '유년의 강둑'은 빨리 지나서 늘 그리운 법. 땀을 닦다 보면 '물비늘 반짝이는' 맑은 시절의 물가들이 더 간절하다. 눈썹 휘날리던 시절 역시 한참 지나 돌아볼 때에야 귀한 줄 알게 된다. 그때의 푸른 '거드름'들이 젊음의 특권이듯 맹목 같은 이 더위도 한때..

덕혜옹주

글쓴이 kilshi [홈페이지] 2016-08-03 20:06:31, 조회 : 608 재작년 대마도에 갔었다. 거기 가서야 덕혜옹주가 그리로 시집을 갔었다는 걸 알았다. 자료를 찾아보았다. 황녀로 태어났기 때문에 그의 인생은 뒤죽박죽이 되고 말았다. 참 기구한 운명. 그 전엔 이름은 배웠지만 그걸로 잊고 있었다. 가여운 마음에 오늘 영화를 보았다. 일제로 인해 평민은 평민대로, 황족은 황족대로 고초를 겪었다. 그 틈새에 교묘하게 재주 부리는 놈들은 줄타기를 잘 하고... 예나 지금이나 그런 놈들이 이름내고 잘 살고... 인생이란 것에 물음표 하나를 또 찍었다.

인천상륙작전

글쓴이 kilshi [홈페이지] 2016-07-27 16:14:40, 조회 : 639 오늘은 6.25전쟁 휴전협정 63주년 되는 날. 오늘 개봉한 ‘인천상륙작전‘을 보았다. 그야말로 처참했다.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목숨을 건 첩보작전. 그리고 전쟁통의 국민들. 나도 저렇게는 아니었더라도 전쟁의 참상을 겪었기에 더욱 절절했다. 우리 국민 모두가 저렇게 피흘려 지킨 나란데, 북한의 김정은 무리야 그렇다 하더라도 여기에서 그 은덕을 입고 자유를 누리고 있으면서 종북하며 국론을 이간질하는 인간 들의 이중성은 그냥 보아넘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제멋대로 읊는다(浪吟)' - 박수량(朴遂良)-

글쓴이 kilshi [홈페이지] 2016-07-23 08:02:22, 조회 : 756 제멋대로 읊는다 입은 말하지 않고 귀는 듣지 않은 지 오래지만 그래도 두 눈은 남아 또랑또랑 뜨고 있다. 어지럽고 시끄러운 세상만사 볼 수는 있어도 말할 수는 없구나. 浪吟 口耳聾啞久(구이농아구) 猶餘兩眼存(유여양안존) 紛紛世上事(분분세상사) 能見不能言(능견불능언) 조선 전기의 선비 삼가(三可) 박수량(朴遂良· 1475~1546)이 지었다. 그는 혼란한 연산군과 중종 시대에 지조를 지켜 고향 강릉에 물러나 살았다. 광기의 세상에도 권력과 부를 향해 정신줄 놓고 달려드는 사람들 많다. 세상이 미쳐 날뛸 때 그들과 함께 미친 척하고 나서야 한 자리라도 할 수 있을 텐데 그는 오히려 입도 귀도 닫아버렸다. 귀로 듣고 정직하게..

천경자, 이중섭 전

글쓴이 kilshi [홈페이지] 2016-07-01 23:19:49, 조회 : 656 인사동 필방에 볼 일이 있어 나간 김에 ‘천경자 추모전 -바람은 불어도 좋다. 어차피 부는 바람이다-(서울시립미술관)’과 ‘이중섭 전 -백년의 신화-(덕수궁 미술관)’을 보았다. 두 전시관이 가까운 거리에 붙어 있었기에 다행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오래 전에는 이런 그림들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들여다 볼 마음도 갖지 않고 사실적인 그림들에만 감탄과 찬사를 보냈다. 지금, 보면 볼수록 이들의 예술성에 감복하지 않을 수 없다. 두 분 다 삶의 고뇌가 그림의 곳곳에 드러나 있다. 보는 내내 이 천재적 예술가들의 생애가 아프게 짓눌러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혔다. 어쩌다가 시대를 잘못 타고나 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문안편지' -이안눌(李安訥)-

글쓴이 kilshi [홈페이지] 2016-05-07 07:52:20, 조회 : 706 문안편지 문안편지 쓰면서 천신만고를 말하려다 백발 노모 걱정할까 겁이 나서 그만뒀지. 북관이라 눈이 많아 천 길 높이 쌓였어도 올겨울엔 따뜻하여 봄날 같다 적어놓네. 국경은 멀고 산은 높고 도로는 험난하여 북쪽 사람 서울 가면 세밑에나 들어가지. 봄날에 부치면서 가을이라 날짜 써서 부모님이 근래 안부로 아시도록 해놓았네. 寄家書 欲作家書說苦辛(욕작가서설고신) 恐敎愁殺白頭親(공교수쇄백두친) 陰山積雪深千丈(음산적설심천장) 却報今冬暖似春(각보금동난사춘) 塞遠山長道路難(새원산장도로난) 蕃人入洛歲應?(번인입낙세응란) 春天寄信題秋日(춘천기신제추일) 要遣家親作近看(요견가친작근간) 동악(東岳) 이안눌(李安訥·1571~1637)이 함경..

'황혼 무렵 홀로 앉아' -竹西 박씨(朴氏)-

글쓴이 kilshi [홈페이지] 2016-04-30 10:03:33, 조회 : 608 황혼 무렵 홀로 앉아 황혼 무렵 홀로 앉아 무얼 그리 골똘한가. 지척에 임을 두고 안타까워 못 견디네. 달이 밝아도 밤 깊으면 천고의 꿈에 들고 꽃이 고와도 봄이 가면 남은 해를 수심에 젖네. 쇠나 돌이 아니라서 마음 어찌 진정하며 새장 안에 갇혀서 몸은 자유롭지 못하네. 세월이 날 등지고 벌써 훌쩍 떠나나 보다. 다리 아래 흐르는 물은 한 번 가곤 아니 오네. 偶吟 黃昏獨坐竟何求(황혼독좌경하구) 咫尺相思悵未休(지척상사창미휴) 月明夜沈千古夢(월명야침천고몽) 好花春盡一年愁(호화춘진일년수) 心非鐵石那能定(심비철석나능정) 身在樊籠不自由(신재번롱부자유) 歲色背人長焂忽(세색배인장숙홀) 試看橋下水東流(시간교하수동류) 19세기 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