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저 소리 없는 소리를 초봄 양지쪽 새싹의 고고 (呱呱) 소리 새벽이슬에 연꽃 입술 여는 소리 한낮 파도 위에 자지러지는 햇빛 웃음 소리 산골 저녁연기 속으로 걸어들어오는 커다란 함박눈의 발자국 소리 초원의 풀잎이슬로 내려앚는 한밤의 별빛 소리 그리고 광음 흘러가는 소리를 늙어가는 실향민의 한 쌓이는 소리 십자가 밑 소녀의 눈물 방울 흐르는 소리 홀로 사는 오막살이 노파의 주름지는 소리 산골짜기에 쓰러져 숨진 소년병의 마지막숨 소리 유월마다 달력을 타고 흘러내리는 핏빛 절규의 소리 그리고 인간세상 굴러가는 소리를 ☆. 우리는 날마다 좋든 싫든 수많은 소리를 들으며 산다. 들리지 않았으면 좋을 소리가 들려 심성이 사나워지기도 하고, 들려줬으면 하는 소리가 들으려고 해도 들리지 않아 서운하고 안타까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