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조각구름처럼이라도 순간 순간 하얗게 지워질 때가 있습니다 내가 사람이라는 것이 내가 가장이라는 것이 내가 선생님이었다는 것이 오늘이 오늘뿐이라는 것이 사람답게 후회없이 살자던 결심이 지난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 깜빡 깜빡 까맣게 잊을 때가 있습니다 살아있음에 보답해야 한다는 것을 이 삶이 단 한 번뿐이라는 것을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는 것을 다 놓아두고 빈손으로 간다는 것을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를 살 날이 살아온 날보다 훨씬 적게 남았다는 것을……. 순간 순간 깜빡 깜빡해 한심하고 서글프다가도 이 나이에 그나마 어딘가 이 육신 벗을 때까지는 조각구름처럼이라도 떠돌며 남아있어 주기만 하면……. ☆. ‘조각’이란 말이 ‘넝마’와 함께 나를 처연하게 하던 때가 있었다. 산산조각, 헝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