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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미명

8. 미명 파도가 되리라는 미명(美名)을 앞세우고 한평생 미명(微明)을 더듬고 헤쳤어도 여태껏 한 치 앞 모르는 내일도 미명(未明) 이름이 좋아야 입신양명 한다기에 개명을 할까 말까 어름대다 말았었지 미명(美名)에 명운 걸었더면 내 뜻대로 됐을까. ☆. 이 세상 모든 물체에는 이름이 붙어있다. 언제 누군가에 의하여 처음 붙여진 이름이겠는데, 어떤 지명(地名)은 역사나 현상에 정말 기막히게 잘 들어맞는 것 같아 감복할 때가 있다. 세상만사를 경영하는 사람의 이름은 더없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름이 그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기도 한다며 성명학(姓名學)도 생겨났고, 본 이름 외에 아명이니, 자니, 호니 하 는 걸 만들어 본 이름을 중하게 여겼다. 그래서 예부터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들은 유명 작명가를 찾아다니기도 ..

7. 노심(老心)

7. 노심(老心) 가슴이 뜨끔해도 갈 때가 되었는가 허리가 시큰해도 맘 먹으란 신호인가 창밖의 마지막 한 잎에 매달리는 이 마음 쌓았다가 허물고 칠한 위에 또 개칠 하루에도 열두 번씩 색 변하는 이 마음 마지막 부칠 편지는 여전히 백지인데 젊은 날엔 몰랐었지 그 바람이 춘풍인 줄 길 가다 스친 소매 그것이 인연인 걸 눈 뜨고 같이 늙어가는 어리석은 이 마음 발길 없는 겨울 호수 갈댓잎만 버석인다 스산히 펼쳐진 허허로운 수면엔 짝 잃은 기러기 한 마리 마음처럼 떠있고. ☆. 근심 걱정 슬픔 불만 궁금함 즐거움 기쁨 그리움 소망 기대 …… 이 모든 것들이 이 나이에도 여전히 제멋대로 들락날 락한다. 가만보니 내가 붙잡고 실랑이하지 않으면 그냥 스쳐 지나가고 마는 것 같다. 풀씨 하나 땅에 떨어져 싹 틔워 바..

2. 가을 나비

2. 가을 나비 꽃잔치인가 허겁지겁 갔더니 단풍나무 숲 한탄한들 어쩌랴 잘못 타고난 것을. ☆. 늦가을 볕이 쬐는 빨간 단풍나무잎에 나비 한 마리가 앉아있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하는 것도 같았고, 허기에 지쳐 주저앉은 듯한 그 모습이 너무도 애처로와 보였다. 답답하고 하릴없어 TV를 켜면, 안타까운 장면들이 마음에 돌팔매질을 한다. 중남미 좌파정권의 폭정을 견디지 못하 여 아이들 손을 잡고 정든 고국을 떠나 살 곳을 찾아 길게 늘어선 이민행렬, 아프리카 후진국의 영양실조된 아이들의 형상. …….. 저들, 나와 똑 같은 저 사람들. 영문도 모르는, 스스로 어쩔 힘도 없는 저 아이들은 전생에 무슨 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