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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그곳, 좋겠다

23. 그곳, 좋겠다 人 間이 아니라도 좋겠다 볏모 안으려 알몸 찰람한 5월의 무논 옥토가 아니어도 좋겠다 풀머리 어우러져 춤추는 유유한 풀벌 천국이 아니어도 좋겠다 잔물결이 목새와 종일토록 사분거리는 모래톱 그곳이라도 좋겠다 돈 행복이 없는 곳 그곳이라면 좋겠다 創初의 自然 그대로의 곳 純然한 곳이라면 그냥 좋겠다 마른 세월의 강에 윤회의 물레방아 멈춘 그곳. ☆. 그 맑던 하늘에서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려올 듯하던 별들도 창을 닫습니다. 하늘은 온통 물바다가 된 듯하고, 이땅도 기후 재난으로 인간이 더 도망칠 곳이 없어집니다. 인간이란 동물이 이땅에 생겨나 겨우 몇 백만 년 동안에 이 아름다 운 땅을 온통 분탕질하고 남은 것들을 인류문화유산이라고 지정해 놓고 자랑질하고 있는데, 이 상처투성이의 회복 불..

22. ‘열심’이 아름답습니다

22. ‘열심’이 아름답습니다 ‘열심’이 아름답습니다 말 없는 몰두의 몸짓 뜨거운 마음이 시선이 오직 하나뿐인 무념의 세계가 남 탓 지다위 않는 스스로의 믿음이 자만 않고 겸손에서 비롯한 옹골찬 책임감이 일심에 단심(丹心)이 밴 뜨거운 땀방울이 희망 감동과 함께 하고 만족이 성애되는 까닭입니다. ☆. 흙 한 점 있을 것 같지 않은 바위 틈새에 싹을 틔운 잡초를 봅니다. 한여름 길바닥에 홀로 열심히 더듬질하고 있는 개 미를 봅니다. 이들은 극한의 환경에서도 자신의 생명에 온 힘을 다합니다. 한편으로 애처롭기도 하지만 그 삶에 대한 열정과 의지가 아름답게 느껴져 생명의 숭고함을 느낍니다. 사람도 서툰 욕심 없이 열심히, 그래서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늘 행복과 함께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어쩌다 ..

9. 싸리비

9. 싸리비 법고소리에 눈비비고 댓돌로 나선다 태초의 신비런가 산사의 새벽 뜰 싸리비 스쳐간 공덕에 이슬비 스며들다 시절 얼룩에 너저분한 낙서들 어수선한 내 한뉘 뜰 쓸어줄 비 없는가 싸리비 보이지 않고 땅거미는 내리고 ☆. 70년대, 도시 큰 학교와 시골의 작은 학교가 자매결연을 맺어 교류하며 선물도 주고 받았는데, 내가 근무하던 학교에 서 학생들 모금으로 학용품, 운동 도구 같은 것을 사 보내면, 시골 자매학교에서는 학무모들이 싸리비를 매어 한 차씩 답장을 보내왔다. 그 싸리비는 일 년 내 학교 운동장과 교사 구석구석을 깨끗이하는 데 절대적이었다. 한 해가 지나면 싸리비는 거의 닳아 몽당비가 되고, 또 새 싸리비가 연례처럼 배달되었다. 늦가을이 되면 집집마다 한겨울 동안 난방으로 쓸 화목을 장만하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