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나머지공부 짝꿍마저 돌아간 널따란 교실 한구석에 우두커니 턱을 괴고 앉아 책 속의 옛 얘기도 선생님의 내일 말씀도 도무지 뵈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내 생각엔 뒤떨어진 것도 더 배울 것도 없는데 아르르 왜 나만 남겨놓은 것일까 날은 어둡고 눈발은 날리고 데리러 오는 사람도, 가도 좋다는 말씀도 없어 핑그르르 그만 눈물이 돈다 앙상히 식어가는 가슴을 붙잡고 어두운 골목에 서서 어어이, 야들아 불러도 대답없는 술래가 되고만다. ☆. 옛날 국민학교에 나머지공부라는 게 있었다. 학력이 뒤쳐져 수업시간에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을 학습 지진아(遲進兒) 라고 부르며 방과 후에 따로 남겨 공부시키는 것이었는데, 한글이나 사칙을 깨치지 못한 아이들이 주 대상이었다. 삶 의 형편도 교육환경도 열악했던 때였으니 지진아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