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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코로나

11. 코로나 인간의 오만방자에 미물이 대로했나 광관(光冠)이란 미명붙여 달래보려 하였어도 아뿔싸 위대한 영장 일상이 속절없이 무너지네 힘도 형체도 없는 것이 세상을 뒤엎었네 불똥은 인간 속에 숨어 천지사방 튀는데 불낸 놈 뒤돌아앉아 콧구멍만 후비고 하늘에 누가 있어 굽어보면 가관일레 나라 따라 수령(首領) 따라 우왕좌왕 천태만상 인지(人智)가 우주 나른대도 섭리를 넘을쏜가 ※ 코로나=광관(光冠), 햇무리, 달무리 ☆. 이게 무슨 난린가 싶다. 오래 살다보니 별 난리를 다 겪어본다는 생각이 든다. 따지고보면 잘 숨죽이고 살던 바이러스 를 인간이 벌집 쑤시듯이 들쑤셔 이 분란을 일으킨 것이 아닌가! 살아있는 사람도 참 지겹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로 인 해 생명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은 지하에서 얼마나 분통을..

25. 여운(餘韻)

25. 여운(餘韻) 등바닥 따스해오는 어렴풋한 새벽 아련한 꿈길 속으로 울려오던 어머니 도마질 소리의 아침이 쉬고있는 고즈넉한 터에 물에 잠긴 몸에 파문을 그려오던 성당 종소리의 맹꽁이 울어대던 보릿고개 늦저녁 고단한 삶을 다독여주던 건넛마을 다듬잇소리의 전봇대 신음하던 섣달그믐 밤 늦도록 홀로 적막을 달래주던 늙으신 아버지 기침소리의 지워지지 않는 아련한 울림. ☆. 기억에서도 지워져가는 오래 전의 소리들이지만 어느 순간 문득 여운이 되살아나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다시는 들 을 수 없는 것들이기에 더욱 간절해지는 것 같습니다. 비록 가난하고 힘들었던 날들이었지만 가슴을 울리고 따뜻한 정 이 스미는 이런 소리들이 있었기에 살아가는 용기와 힘이 살아났던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시대가 아쉽고 공허한 것은..

24. 자문(自問)

24. 자문(自問) 빼꼼히 벌어진 세상 문 틈으로 누군가에게 물어본 것 같다 내 배당금 얼만가요 대답이 없었다 정수리를 내밀며 또 물었다 내 모가치는 어디 있나요 네 능력만큼이다 숨을 몰아쉬며 그러면 능력을 주세요 그건 누가 주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기르는 것이다 문밖을 나섰다 잘살게 해 주나요 한참만에 망석중이 되려느냐 아무도 너를 어쩔 수 없고 너 또한 망석중이를 원치 않으리니 남에게 묻지 말고 너에게 물어보라 이승문을 나설 때 나에게 물어봐야겠다 잘 살았느냐고 ☆. 밖은 올 겨울 들어 최강 한파라는데 남으로 난 창 안은 봄날처럼 따뜻하다. 자리끼가 얼 정도로 외풍이 심했던 집에 서, 입는 것도 변변치 못하여 화로를 끼고 살던 옛날이 새삼스럽게 다가오며 목화솜 같은 안도가 한가롭게 감싸안는 다. 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