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가을 그날에 가을 그날엔 예닐곱 소년이고 싶다 하늘도 날아보고 새털구름에도 앉아보는 세상 밖 소년이고 싶다 가을 그날엔 혼자이고 싶다 하늘도 땅도 다 잊고 가을볕 아래 알몸으로 갈바람에 가슴속 풀어헤치고 싶다 가을 그날엔 임종 앞둔 도공(陶工)이고 싶다 한뉘 이루지 못한 그 하나 돌아가는 물레 앞에 흙 한덩이 잡고 앉아 세월의 잿무덤 위 마지막 불꽃에 기도하고 싶다 가을 그날엔 한 줄기 바람이고 싶다 근원 모르는 그리움 좇아 하얀 길 따라 무작정 빈 마음으로 훨훨 날아가고 싶다. ☆. 세계 최빈국이었던 5,60년대, 의식주 해결과 질병에 하루 살이가 힘겨워 그나마 외국의 구호물자에 목숨을 매달고 살 아야 했던 그 시절. 보릿고개로 대변되던 봄은 어른들에겐 힘든 계절이었겠지만 철없는 우리들에겐 화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