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박물관에서
누천년 전 그 미소가 어제인 듯 생생하여
고작 칠십 지나온 내 자취 돌아본다
처마 끝
풍령 자락에
바람이 스친다.
저와 나 사이의 세월은 간 곳 없고
느껴올 숨결을 유리가 막아섰다
눈감고
내 숨도 멈춰라
천 년을 덮을세라
시공(時空)도 덧없고 목숨도 속절없다
삶은 무엇이고 죽음은 무엇인가
창밖엔
햇빛이 눈부신데
그림자가 흔들린다
☆. 가끔 박물관에 가 옛 그 시대의 풍정에 빠져보기도 하고, 주말마다 TV쇼 진품명품을 넋을 놓고 꿈속인 듯 즐긴다. 이
런 행동은 나의 어떤 역사 의식에서라기보다 인간의 뿌리에 대한 원천적 동경에 대한 무의식적 행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 시간이 끝나고 나면 마음이 개운하고 시원해진다기보다 오히려 묵직한 무엇, 인간의 역사에
대한 신비와 의문 같은 것이 밑바닥으로 가라앉는 듯함을 느낀다.
집 근처의 수원광교박물관에 갔었다. 거기엔 놀랍게도 내가 가까이서 뵈었던 분의 유품과 컬렉션들이 넘치도록 전시
되어 있었다. 참 기분이 묘했다. 마주하고 웃고 떠들기도 했던 분인데, 그분은 지금 간 데 없고 손 때가 묻은 유품들이
이렇게 고스란히 살아있듯이 나를 반기다니……. 정겹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지나간 것에 대하여 ……. 뿌리란……? 나도 곧 떠나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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