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대추볼 마음
고향집 추수라며 부쳐온 붉은 대추
탐스런 진홍빛은 가을볕과 정성일레
노 스승 장수하라는 제자의 대추 볼 마음
보고 안 먹으면 늙는다는 목밀(木蜜)을
한두 알 입에 넣어 혀 끝으로 음미하니
스르르 달콤한 그 정성 온 몸에 스미네
☆. 50여년 전 제자로부터 집에서 수확했다는 대추를 받고 문득 젖어오는 소소한 이 행복감.
‘왜 사는가?’ 물으면 행복하기 위해 산다고들 한다. 모두들 행복을 바라면서 열심히 일하고 부지런히 도모한다. 돈이
되었든 명예가 되었든 권력이 되었든 궁극은 행복을 구하는 노력인 것이다. 그런데 80 평생을 살아보니, 삶의 행복이
란 어쩌다가 특별하고 거창한 무엇이 쏟아지듯이 주어지는 것보다(그런 것이란 자주 오는 것이 아닐 뿐더러),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나 감동이 수시로 잔물결처럼 밀려오면서 마음에 느껴지는 흐뭇함이었다. 혼자서 하는 일의 만족감
에서 스스로 얻는 것도 있었지만, 그 보다는 주위 사람들과의 인간관계에서 기쁨으로 스며드는 때가 더 행복했던 것
같다. 반대로 불행과 고통을 겪는 것도 자기 혼자의 실패와 실수로 생기는 것보다 인간관계에서 받는 상처와 고통이
더 크고 심하였다. 참 사람의 일이란 …….
살아가는 평생동안 필연이든 우연이든 만나는 사람들과 주고받는 고마움과 너그러움과 감동, 사양과 겸손 같은 것
만 느끼며 살아갈 수 있다면 그 인생은 얼마나 행복할까? 날마다 웃음과 즐거움과 흐뭇함으로 살아가는 세상은 그야
말로 살만한 낙원일 것이다. 법이 뭣에 필요하며 크고 작은 갈등과 분쟁이 왜 생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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