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개 망 초 가녀린 몸매에 하얀 모시적삼이 애처로운 가슴앓이하는 여인 산 설고 물 선 먼 이국땅에 날려와 바람에 불리는 대로 아무데나 주저앉아 이름도 고작 ‘개-’를 붙여 받았을 뿐 뿌리박고 정들면 고향이라고 열이레 달빛 아래에 선 창백한 이방의 여인 ☆. 개망초꽃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뼈마디 앙상한 자그마하고 하얗던 그 여인의 손! 1962년인가 3년이었을 것입니다. 가을이 그야말로 절정에 닿아 내리막을 내려다보고 있던 때. 근무하던 M국민학교 에서 10월초 연휴에 교직원 소풍을 설악산으로 갔습니다. 설악산이 관광지로 개발되기 전이었지요. 비포장도로에 흔 들리는 몸보다 마음은 더 들떠 있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우리 새내기 몇은 일행을 뒤로하고 먼저 가을 숲을 헤치며 비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