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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개 망 초

5. 개 망 초 가녀린 몸매에 하얀 모시적삼이 애처로운 가슴앓이하는 여인 산 설고 물 선 먼 이국땅에 날려와 바람에 불리는 대로 아무데나 주저앉아 이름도 고작 ‘개-’를 붙여 받았을 뿐 뿌리박고 정들면 고향이라고 열이레 달빛 아래에 선 창백한 이방의 여인 ☆. 개망초꽃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뼈마디 앙상한 자그마하고 하얗던 그 여인의 손! 1962년인가 3년이었을 것입니다. 가을이 그야말로 절정에 닿아 내리막을 내려다보고 있던 때. 근무하던 M국민학교 에서 10월초 연휴에 교직원 소풍을 설악산으로 갔습니다. 설악산이 관광지로 개발되기 전이었지요. 비포장도로에 흔 들리는 몸보다 마음은 더 들떠 있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우리 새내기 몇은 일행을 뒤로하고 먼저 가을 숲을 헤치며 비선..

4. 고 향

4. 고 향 그리워 언덕에 오르면 멀리 실개천 흐르고 하늘가 산그림자 옛날 같은데 잡초 우거진 빈 들녘엔 정적만 흘러…… 고향은 마음에 있네 못잊어 동구에 서면 아련히 옛친구들 떠오르고 뭉게구름 산들바람 옛날 같은데 세월에 쓸려 그 풍정 간곳이 없어…… 고향은 꿈속에 있네 뜰앞에 서 눈 감으면 도란도란 그 목소리 새어나오고 스르르 미닫이 열릴 듯한데 불러도 대답없고 그리움에 찬바람만 일어…… 추녀 끝에 저녁 노을이 지네 ☆. 호사수구(狐死首丘)라 했던가! 태(胎)는‘어머니’와 닿아 있고, 태 묻은‘고향’에서 혼(魂)을 받은 때문일까? 어머니와 고 향은 말만으로도 그립고 무의식에서도 가슴 깊은 곳에 있었다. 여행이 자유롭지 못하던 때 일본에 몇 년 산 적이 있었다. 한국말하는 사람만 봐도 반갑고 애국가만 ..

최길시블로그 개설

최길시블로그를 개설합니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나의 홈페이지(http://www.kilshi.net/)를 사랑하고 아껴준 많은 제자들과 한국어 교육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홈페이지 운영을 계속하기 어렵게 되어, 어떻게 해야 하나 여러 날 뒤척인 끝에, 홈페이지를 통하여 이어온 많은 인연들과 가슴 따뜻해지는 사연들, 그리고 그동안 내 살아온 흔적들을 이제와 허공으로 날려버리는 것은 안 되는 일이고, 숨을 붙이고 살아있는 한 움직임으로 살아있음에 보답하기 위한 무엇이라도 해야겠기에, 먼저 홈페이지에 있던 티끌 하나라도 남기지 않고 여기로 전부 이전하느라 시간도 많이 걸렸고, 애도 많이 썼습니다. 그 홈페이지는 12월 10일로 문을 닫겠지만, 전과 마찬가지로 틈틈이 소식들을 여기에 올려주..

알림 2021.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