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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바람 속에서

2. 바람 속에서 3-1 최 길 시 ☆. 지금은 제목만 확실한 나의 첫 시. 1959년 학교 문예지『보리밭』에 실렸던. 반세기만에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세상이 상해지변(桑海之變)되어 그 추억의 보리밭도 이제는 시야에서 사라졌고, 『보리밭』도 찾을 길 없어, 제목만 먼 기억 속에 바람처럼 일렁일 뿐……. 전후 잿더미를 파헤치며 먹고살기에 골몰했던 혹세(惑世)가 아니었더라면 자라가던 사소한 흔적들이 여기저기 연필자국으로라도 남아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영특 하지도 미리 내다볼 지혜도 없던 나는 그런 것들을 챙겨두지 못했었고……. 30리길 통학 버스 속에서 바람을 내다보며, 책가방을 끼고 걸으며 신작로의 흙바람 속에서 한 구절씩 태어난 것이었 다.‘ …… 바람이 파도와 들판과 계곡과 산맥을 만들고, 그 바람에..

- 詩集을 내며 -

- 詩集을 내며 - 因, 그리고 70년 緣의 결실 –나의 詩 행력- 국민학교 6학년(1953). 6.25로 학교집이 불타버려, 작은 칠판을 들고 산으로 냇가로 사랑방으로 돌아다니다가, 학부모들의 울력으로 흙벽 초가의 가교사를 지어줘 비록 바닥은 흙이었지만 호사스럽게 판자(대패질도 안 된 거친 판자) 책걸상에서 공부하게 되어 황송했는데, 며칠 되지 않아 선생님께서 뜬금없는 숙제를 내셨다. ‘시 한 편씩 써 오너라’ ‘시? ’ 난감하였다. ‘접한 기회도 별로 없었고 배운 기억도 없는 생소한 시를 써 오라고?’ 태어나 처음으로 ‘詩’ 라는 걸 쓰지 않으면 안 되게 된 것이다. ‘……. 어떻게 써야 하는 건가? 안 해 가면 호랑이 선생님 벌이 무서울 텐데…….’ 고민하며 여기저기 뒤적거리다가, 형 책상의 중학교..

최길시 시집 2021.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