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9.이전) 자유게시판 1598

사부님께 안부 여쭙습니다.

글쓴이 신재웅 2019-01-08 09:27:52, 조회 : 654 어찌 어찌하여 사부님께 삶의 무게를 배웠고, 여차 여차하여 사부님을 따르는 맘이 생겼지만 어쩌다 보니 10년넘게 인사드리지 못하고 게을러 글로 몇자 안부 여쭙습니다. 마음의 여울에 남기신 글에서 오욕칠정을 다겪으시고 계신 듯하여 뵙고 싶은 맘이 열렬히 끓고 있습니다. 단독 주택으로 이사를 가신듯한데, 주소를 남겨주실 수 있으신지요? (jwsheen@gmail.com)

맞으며 기다리며(8탄)

글쓴이 kilshi [홈페이지] 2018-09-19 09:21:41, 조회 : 591 해마다 낙엽이 지면 가을이 지나간 걸 아쉬워했다 국화 몇 포기 심었다 며칠이라도 더 같이 있자고. 나고야 9월의 어느 저녁 무렵 오카자키 한글강좌 가는 길 차창 밖으로 흘러가는 이름 모를 붉은 꽃물결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슬픈 전설의 相思花라 했다. 귀국하여 알았지만, 상사화는 아니고 같은 속(屬)의 꽃무릇이었다. 꽃말은 ‘슬픈 추억’,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데……. 선운사 꽃무릇축제가 유명하단다. 금년 화단의 예상치 못한 히트는 맨드라미였다. 동백 어느 집 담장 가에서 씨를 받았던 네가 있어 해마다 동백의 기억을 떠올리겠지. 기다릴, 기대할 아무것도 없으면서 부질없는 미련으로 유채를 뿌렸다.

아 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글쓴이 kilshi [홈페이지] 2018-06-25 09:38:15, 조회 : 575 흔들어 깨우는 다급한 소리에 눈을 떴다. 첫 햇살이 동쪽으로 난 방문의 위쪽으로 비스듬히 들어오고 있었다. 우리집에 하숙하고 있던 김순경 심순경이었다. 사기막에 출몰하던 공비토벌에 나가 있어 한동안 집에 없었는데 웬 일로... 전투복 차림에 등에는 총을 메고 있었다. 옷도 채 입을 새도 없이 김순경이 내 손을 잡아 끌었다. 고무신을 발에 꿸 틈도 주지 않아 양손에 한짝씩 들고 마당을 나섰다. 고르지 못한 신작로 길을 신을 신었다 벗었다 하며 작은 발걸음으로 헐떡이며 뱀재 언덕을 올랐다. 멀리 수평선 위에는 태양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고, 풀끝에는 이슬이 영롱했다. 그날의 기억이 어제일..

엉겅퀴

글쓴이 kilshi [홈페이지] 2018-06-05 09:06:36, 조회 : 538 내가 자라던 우리집 뒤뜰 돌틈에 해마다 단오 무렵이면 예쁜 보랏빛 꽃이 피어났다.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는 듯이, 잎 끝마다 날카로운 가시를 뻗치고 곧추 선 채로……. 뜨거운 태양 아래에 섰는 그 꽃을 볼 때마다, 날카로운 칼날에 살짝 베인 아린 상처의 아련한 쓰라림, 외로운 슬픔 같은 것을 느꼈다. 잎 끝의 가시 때문인지 고고한 보랏빛 꽃색깔 때문이었는지……. 그 이름이 엉겅퀴인지 알기 전이었는데. 동백에 살 때, 앞산에 엉겅퀴가 자주 눈에 띄어 반가웠는데, 그것만 캐러다니는 몇 사람이 지나가고는 깊은 숲속에서만 어쩌다가 보였다. 그 뿌리가 무슨 남자들 어디에 좋다나 하는 얘기를 들었다. 인터넷에서 엉겅퀴를 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