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kilshi [홈페이지] | 2018-06-05 09:06:36, 조회 : 538 |
내가 자라던 우리집 뒤뜰 돌틈에 해마다 단오 무렵이면 예쁜 보랏빛 꽃이 피어났다.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는 듯이, 잎 끝마다 날카로운 가시를 뻗치고 곧추 선 채로…….
뜨거운 태양 아래에 섰는 그 꽃을 볼 때마다, 날카로운 칼날에 살짝 베인 아린 상처의 아련한 쓰라림, 외로운 슬픔 같은 것을 느꼈다. 잎 끝의 가시 때문인지 고고한 보랏빛 꽃색깔 때문이었는지……. 그 이름이 엉겅퀴인지 알기 전이었는데.
동백에 살 때, 앞산에 엉겅퀴가 자주 눈에 띄어 반가웠는데, 그것만 캐러다니는 몇 사람이 지나가고는 깊은 숲속에서만 어쩌다가 보였다. 그 뿌리가 무슨 남자들 어디에 좋다나 하는 얘기를 들었다.
인터넷에서 엉겅퀴를 치니 이런 글귀가 떠올랐다.
“들꽃이거든 엉겅퀴이리라……. 수없이 밟히고 베인 자리마다 돋은 가시를 보리라⋯⋯. 하나의 사랑이 꽃이기까지 우리는 얼마나 잃고 또 떠나야 하는지⋯⋯. 누군가 또 잃고 떠나 앓는 가슴 있거든⋯⋯ 그 가슴 속 보랏빛 꽃으로 맺히리라.”
나중에 보니 복효근의 시 ‘엉겅퀴의 노래’라네.
내방 앞 언덕 여기저기에 엉겅퀴가 ‘유월의 아픔’을 내뿜고 있다. 그렇다 이건 ‘유월의 꽃’이었다. 앞 언덕을 아리고 애잔한 ‘유월의 꽃밭’으로 만들어 볼까나?
스코틀랜드의 국화가 엉겅퀴란다. 그 유래가 엉겅퀴의 가시에 찔린 적군 병사의 비명소리로 인해 스코틀랜드가 지켜질 수 있었다는…….
꽃말은 ‘독립, 엄격, 고독한 사람’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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