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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나들이

90년대, 버스를 타고 그 앞 길을 지나다닐 때마다 어른 키 두 배는 되어보이게 아득히 하늘을 받치도록 높이 쌓아올린 돌담 그 너머가 몹시도 궁금했던 그곳. 내가 지나다니던 10여 년 동안에도 어디 한쪽 무너지거나 흔들리거나 까딱하지 않았고, 물론 한 번도 열린 적이 없이 굳굳이 닫혀 있어 늘 궁금했던 그곳. 규격 맞게 다듬지도 않은 제멋대로의 돌을 가지런히 정성스럽게 쌓아올린, 그 옆 경복궁의 엄숙한 역사를 거부하고 등을 돌려앉은 듯한 현대의 반항 같았던 그 모습. 저 속에 도대체 무엇을 감추어 두었길래 저렇게 예쁘고 정성스럽게 감추어두지 않으면 안 되었을까? 그곳이 열렸단다. 이름하여 ‘열린 송현’ 이제는 움직이는 게 귀찮게 느껴지는데, 모처럼 먼 길을 나간 기회에 옆의 ‘서울공예박물관’을 보았다. ..

세월 , 그리고 흔적

1972년 2월 사기막국민학교 제1회 졸업. 그리고 2022년 오늘. 50년이란 세월이 흘러갔다. 인사가 변하여 학교는 폐교가 되고, 1971년 공부 끝나면 김수기 교무주임과 6학년 담임인 나와 스무명 남학생 전원과 리어카 끌고 한 사람은 지게 지고, (17명 여학생 전원은 양동이로 흙을 날라 운동장 정지 작업 하고 -그때 누가 일 잘 안하고 땡땡이 쳤는지는 나는 보지 않았어도 알지 ㅎ ㅎ-) 부근 산에 가 소나무 파다가 운동장 가에다 심었었지. 히말라야시타 묘목도 얻어다 심고... 50년 세월이 아무도 모르게 물 흐르듯 흘러갔다. 그 때 그 나무들은 장성하여 우뚝한데, 운동장은 풀밭이 되고, 교사는 헐어 새 건물이 들어서고.... 그 속에 뛰놀며 자란 사람들은 이제... 참 아득하였다.

33. 세상

33. 세상 옛날은 중도 제 머리 못 갂던 세상 상투 튼 머리들이 굴러다니며 남의 땅 따먹기하던 그 세상 오늘은 나도 로켓에 걸터앉아 내손으로 내머리를 깎는 세상 혼자 내앞 가리는 이 세상 다음 저 세상은 ☆. 엊그제 엘자베스2세 여왕이 돌아가셨단다. 그 하늘같고 태양같고 영원할 것만 같던 큰 고목이 쓰러졌다는데 찔리는 가시 하나조차 없다. 새벽에 문밖을 나서니 집 앞 언덕의 후박나무잎 하나가 떨어져 구석에 박혀 있었다. 지난밤 바람도 없었고, 가을이 채 문턱을 넘어오지 않았는데 무슨 죄로 제명을 다하지도 못하고 비참히 처박혔을까? 시퍼런 커다란 잎이 가슴 위에 덮여와 시렸다.

두 교황

지금 한전아트센터에서는 '두 교황' 연극이 공연되고 있다. 극작가 앤서니 매카튼 원작 . 바티칸의 역사를 뒤흔든 위대한 이야기. 은 자진 퇴위로 바티칸과 세계를 뒤흔든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교황 프란치스코의 실화를 바탕으로 그린 작품. 2,000년?의 역사를 가진 종교 가톨릭의 최고위직 교황들의 마음 속을 나와 같은 범인이 넘볼 수 있는 무엇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