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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29.‘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고맙습니다 출석했던 여러분 내가 안고 온 교직 인생의 끝자락을 마무르는데 멀리서 새벽 비행기까지 타고 달려와 준 여러분 고맙습니다 무엇이 무슨 힘이 그 먼 시간과 거리를 뛰어넘게 했으며 무엇이 무슨 힘이 그런 소탈하고 진지한 마음이 되게 했을까 생각해도, 생각해도 그건 각자 살아온 수레바퀴의 톱니에서 인연의 끈이 되었던 사제의 정이었겠지요 사제의 정! 나는 나, 가족, 시간, 미래를 말하고 싶었습니다 여러분은 나름으로 무엇을 느끼고 생각했는지 알 수 없지만 귀한 시간 먼 길 달려온 기대만큼의 감동까지는 아니더라도 묻혀있던 작은 싹 하나라도 틔웠기를 바랍니다 누군가가 행사를 치르고 난 소감이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한 과정의 담담함과 감사일 텐데 돌아보니 다하지 못..

28. 황혼, 그 기막힌 순간을 지나며

28. 황혼, 그 기막힌 순간을 지나며 살기 위해 죽을 각오도 했다 그땐 꽃밭도 바다도 죽기살기로 악다구니 치던 진흙밭. 별도 없는 밤 길 빛이란 오직 내 마음의 노래 밀리고 차여도 서럽고 두려운 게 무엇이 있었으랴. 이제는 죽기 위해 죽을 각오를 해야 할 때 홀로 걷는 허허한 벌판에 부를 노래가 없다 들어줄 누군들 있으랴. 노을 지고 땅거미 내리는데 어제가 아쉽고 오늘이 서럽고 내일이 적막하여 독백하는 황혼길의 방담(放談). ☆. 『황혼, 그 기막힌 순간을 지나며』의 머리글. 황혼은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은 처절한 아름다움이다. 황혼이 아름다운 건 아주 짧은 순간의 황홀함 때문일 것이다. 모든 아름다움이 다 그렇듯. 꽃이 그렇고, 일출 일몰이 그렇고, 구름이 그렇고, 미인단명(美人短命)이 그렇고, 행복..